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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3㎞ 5000원 안 넘는다"…배달비 공시제 시작부터 삐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뛰는 배달비를 잡기 위해 정부가 빼 든 ‘배달비 공시제’가 첫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달 첫 공시부터 오류가 나오면서 신뢰성‧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음식 배달에 나선 배달 기사들. [뉴스1]

음식 배달에 나선 배달 기사들. [뉴스1]

정부를 대신해 배달비 조사‧공시를 맡은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5일 ‘배달 플랫폼별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에서 떡볶이를 2~3㎞ 미만 거리에서 주문할 경우 배달의민족 배달비는 7500원(단 건 배달인 배민1), 쿠팡이츠 6000원, 요기요는 2000원이다.
공시 이후 배달의민족 배달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배민1 배달비 5000원’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거리에 따른 추가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 2~3㎞ 구간에서는 배달비가 5000원을 넘을 수 없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3㎞ 이내 주문은 음식점 주인과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비를 모두 합쳐서 5000원이 넘을 수 없는 구조”라며 “추가 요금이 붙는 3㎞ 넘는 거리도 배달비가 7000원이 넘는 경우는 전체 배달 건수의 0.03%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소비자협의회는 공시 자료의 중랑구 분식 주문 거리를 3~4㎞로 수정했다.

지난달 25일 소비자단체협의회가 홈페이지에 공시한 '배달 플랫폼별 소비자 부담 배달비' 자료에 수정사항이 있다고 공지했다.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5일 소비자단체협의회가 홈페이지에 공시한 '배달 플랫폼별 소비자 부담 배달비' 자료에 수정사항이 있다고 공지했다. [홈페이지 캡처]

조사 대상에 대한 지적도 있다. 단 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과 타 플랫폼의 묶음 배달 서비스를 동일 선상에 두고 비교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단 건 배달끼리 비교하려면 배민1과  (같은 단 건 배달인) 요기요익스프레스, 쿠팡이츠 치타배달을 비교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배달업계는 물론이고 수요자들 사이에서도 “조사를 어떻게 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달업계에 대한 지식도 없고 직접 배달을 시켜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서 조사한거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단순한 표기상 오류였을 뿐 조사의 신뢰성이나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실제 배달 직전 단계인 장바구니에 담아보는 방식으로 조사했고 배달비가 7500원이 나온 사례는 이례적이라 하더라도 실제 사례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배달비 공시제는 당초 탁상행정이라는 우려 속에서 시작됐다. 소비자는 각 플랫폼당 배달비가 얼마인지 주문 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한된 지역에서 배달비 조사를 한 뒤 이를 한 달에 한 번 발표하는 건 소비자의 결정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배달 플랫폼 간 배달비 비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배달 플랫폼이 아닌 음식점 주인이 정하기 때문이다. 배달 플랫폼은 음식점 주인에게 배달 중개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낼 뿐, 배달비로 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다.
예컨대 배달비가 5000원이라면 음식점주가 2000원, 소비자가 3000원을 낼 수도 있고 음식점주가 0원, 소비자가 모두 부담할 수도 있다. 배달 업계 관계자는 “진정한 의미의 배달비 비교를 하려면 각 음식점이 배달비를 얼마 받고 있는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비 비교보다 배달기사 확보해야” 

‘배달비 공시제’에 투입할 예산이나 노력을 배달 기사 확보에 써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배달비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부족이다. 통계청의 ‘온라인쇼핑 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음식서비스의 온라인 거래액은 2017년 상반기 1조1521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11조9115억원으로 10.3배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 기간 배달 기사 수는 1.9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소화물전문운송업 종사 배달원 수는 2017년 4월 10만287명에서 지난해 4월 19만5032명으로 증가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급 불균형에 따른 배달비 인상은 결국 배달 수요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배달 시장에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배달비 비교 같은 경쟁보다는 배달 환경 개선 같이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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