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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변수 '안철수 지지층'…李측 "반윤" 尹측 "중도 표심 올것"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가 서울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이 후보는 투표 후 "촛불을 들고 광화문과 시청 앞에 모인 국민들을 생각했다"며 촛불 민심에 호소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산 남구청 대연6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그는 투표 후 "부산지검 때 살던 곳"이라며 부산표심에 손짓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가 서울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이 후보는 투표 후 "촛불을 들고 광화문과 시청 앞에 모인 국민들을 생각했다"며 촛불 민심에 호소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산 남구청 대연6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그는 투표 후 "부산지검 때 살던 곳"이라며 부산표심에 손짓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는 전날 전격적으로 이뤄진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여론전에 집중했다. 이 후보 측은 야권 단일화의 의미를 깎아내리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하던 중도층 표심 잡기에 나섰다. 반면, 윤 후보 측은 야권 단일화 효과를 부각하며 정권교체 여론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좀 더 절박하게 움직인 쪽은 이 후보 캠프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마지막 7~8% 남아있던 안 후보의 지지층은 대체로 ‘반(反)윤석열’ 성향이 강하다”며 “선거 막판 중도층이 정권교체에 찬성에 윤 후보를 뽑을지, 위기에 강한 이 후보를 뽑을지의 싸움이다. 이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도 ‘정치교체론’을 내세우며 중도층에 손짓했다. 그는 강원 춘천 유세에서 “진영과 이념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쓰는 국민내각, 국민통합정부를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서 추진하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정치개혁TF소속 김종민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락을 좌우할 부동층엔 결국 실력과 통합 기조가 판단의 기준”이라며 “이 부분은 선거일까지 계속 강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기다리며 시민들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평소 유세현장에서 셀카요청을 종종 사양해왔던 이 후보는 이날 몰려드는 시민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기다리며 시민들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평소 유세현장에서 셀카요청을 종종 사양해왔던 이 후보는 이날 몰려드는 시민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모두 받아들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야권 단일화 변수를 극복하기 위한 민주당의 막판 캠페인은 2030여성 유권자에 타깃이 맞춰졌다. 안 대표 지지층과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가운데 2030여성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후보 캠프는 이날 오전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전날엔 데이트폭력처벌법 제정 등 여성공약도 냈다. 모두 20~30대 여성층을 겨냥한 행보다.

홍정민 선대위 대변인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권력형 성범죄 등에 분노해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던 2030여성들이 최근 여성 차별적 시각을 드러낸 윤 후보에 실망하면서 이 후보 쪽으로 마음을 돌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선거일에 다가오면 이 후보 지지세가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후보 캠프는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 지지를 접었던 4050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최근 이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를 이날 충청권 유세에 투입하고, 이 후보가 방송연설에서 “경제와 기업을 살리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하는 식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개혁과 통합정부를 강조하는 것 또한 그간 미온적이었던 4050 중도진보 유권자를 끌어안는 전략”이라며 “이들 세대에선 ‘도저히 윤석열은 못 찍겠다’는 반응도 많아 추가적인 득표 여력이 있다”고 기대했다.

尹 “安, 철수 아닌 진격한 것”…캠프선 ‘더 낮은 자세’ 강조

반면, 윤 후보 측은 야권단일화를 발판 삼아 정권교체 여론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윤 후보는 4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유세에서 “국민들이 정치초심자이자, 오직 26년간 국민을 괴롭히는 부정부패와 싸워온 저를 이 자리에 불러내서 정권교체를 하명했다. ‘부패하고 무능하고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한 정권을 갈아치우라’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 단일화 성공에 대해선 자세를 낮추며 혹시 모를 역풍에도 대비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께서는 사퇴하셨지만, 철수한 것이 아니라 진격한 것이다. 더 나은 대한민국, 더 발전하는 부산을 만들기 위해, 저와 함께 국민의힘과 함께 힘을 모으기로 진격한 것”이라며 안 대표를 치켜세우는 발언도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부산 사하구 괴정골목시장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권단일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향인 부산 지지율을 크게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일 부산 사하구 괴정골목시장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권단일화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고향인 부산 지지율을 크게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이양수 선대본 수석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단일화를 했다고 마치 승리를 예감한 것처럼 나서면 유권자들에게 자칫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며 “더 낮은 자세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승리가 담보된다는 전제하에 더 치열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쪽에서는 안 대표 지지층 흡수를 통한 ‘판세 굳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캠프 내부에선 “안 대표가 조만간 윤 후보를 지원 유세에 나서면 안 대표를 지지했던 2030여성이나 중도 유권자 표심도 옮겨올 것”(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 대표 역시 지지층 설득에 나섰다. 안 대표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손편지를 띄워  “저의 독자 완주를 바라셨던 분들의 실망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그렇지만 이것만큼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다”며 “단일화가 안 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그동안 여러분과 제가 함께 주장했던 정권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사전투표를 한 뒤 오후 경기 이천에서 윤 후보 지지 유세에 돌입한다.

李측 “명분도 없는 뒷거래 야합”…尹측 “내로남불 DNA”

두 후보 캠프는 서로를 향해 거친 말로 입씨름도 벌였다. 사전 투표가 시작된 상황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으려는 기 싸움 성격이 강하다. 이 후보 캠프는 “윤 후보는 시력조작을 통한 병역기피 의혹을 뭉개지 말라”(박찬대 대변인),  “명분도 없는 야합의 이면에는 결국 추악한 뒷거래 의혹만 난무한다”(강병원 수석대변인) 등 발언으로 윤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4일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는 아직 투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4일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는 아직 투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연합뉴스

그러자 윤 후보 캠프는 “민주당의 부동시(不同視) 의혹 제기는 헛발질이자 자책골”(최지현 대변인), “단일화 폄훼는 ‘내가 하면 통합, 남이 하면 거래’라는 내로남불 DNA”(차승훈 부대변인) 등으로 맞받아쳤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대선 막바지 최대 이슈는 부동층으로 빠져나간 안 대표 지지층의 표심 이동일 것”이라며 “이 후보 측이 과도한 네거티브를 하거나, 윤 후보 측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다면 부동층이 표를 주지 않거나 투표 자체를 포기할 수 있으므로 두 후보 캠프 모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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