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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는 故조영래, 尹은 부산지검때 尹 소환…투표소에 숨은 전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4일 오전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마쳤다. 세 후보 모두 주민등록 주소지가 아닌 투표소를 찾았다. 이 후보는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에서, 윤 후보는 부산 남구청 사전투표소에서, 그리고 심 후보는 서울 중로구 혜화동 주민센터에서 각각 사전투표를 마쳤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일 오전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일 오전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13년 사전투표 제도가 도입된 후 주요 대선 후보들이 사전투표 기간 투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 모두 선거일 당일 자택 인근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각 캠프는 최근 후보의 사전투표 장소에 대해 복수 안을 놓고 밀도 있게 고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후보들이 투표한 사전투표소를 보면 각 캠프의 막판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건 그래서다.

‘초심’으로 돌아간 이재명…“광화문 촛불 든 국민 생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일 서울 중구 소공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 후보가 투표 장소로 서울 중구 소공동 주민센터를 찾은 건 이곳이 이 후보가 인권변호사로 처음 출발했던 장소와 가깝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사법연수원 시절 변호사 시보로 고(故) 조영래 변호사 아래에서 서울 망원동 수재민 집단 소송을 보조했다. 당시 조 변호사의 사무실이 위치했던 대한일보빌딩과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 150m 떨어진 사전투표소가 소공동 주민센터다.

조 변호사는 이 후보가 경기 성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할 때 종잣돈 500만원의 은행 보증도 서줬다. 판검사 임용을 포기하고 인권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이 후보를 지원하는 차원이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사법연수원 시절 아르바이트한 장소 인근에서 투표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초심을 되새기겠다는 의미 아니겠냐”라고 설명했다.

4일 오전 투표를 마친 이 후보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과 시청 앞에 모이셨던 수많은 국민들을 생각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소공동 주민센터와 가까운 광화문·시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를 지지했던 시민들에게 호소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후보는 이어 “이번 대선의 선택 기준은 경제 위기극복과 평화, 통합”이라며 “최근 정치상황 변화와 관계없이 정치 개혁 제도를 통한 정치교체, 이념과 진용을 뛰어넘는 실용적 국민 통합정부를 흔들림 없이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도층까지 지지기반을 넓혀,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던 ‘촛불 연대’를 복원하겠다는 캠프 전략이 반영된 발언이었다.

‘PK 보수’공략 나선 윤석열…“부산지검 때 살던 곳”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일 오전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대연6동 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일 오전 부산 남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대연6동 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윤 후보가 선택한 장소는 부산 남구청 대연6동 사전투표소였다. 국민의힘은 이곳을 고른 이유로 윤 후보의 부산 일정을 내세웠지만, 전략적으로는 최근 선거에서 ‘스윙 보터’ 역할을 해오던 부산·경남(PK) 지역 보수층을 최대한 투표소로 나오게 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부산은 보수층·진보층 가운데 누가 투표장에 많이 나오느냐로 결과가 결정된다”며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투표 이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윤 후보는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산에서 사전투표를 한 데 대해 “오늘 일정이 부산 쪽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라며 “대연동에 있는 남구청 투표소는 제가 20여년 전에 (검사 시절) 부산에 근무할 때 살던 동네여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자신과 부산의 인연에 대해 강조하는 취지였다.

윤 후보 또한 자신의 정치 초심에 대해 언급했다. 윤 후보는 “오늘 차 타고 오면서 생각해보니까 제가 검찰총장을 그만둔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작년 3월 4일 제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정의와 상식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에서 도저히 검찰총장으로서 법 집행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사퇴한 날”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날도 대검찰청 정문을 나오면서 어느 곳에 있더라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부산·경남 지역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李·尹 부인은 별도 투표…沈은 온 가족 투표

윤석열 국민의힘 배우자 김건희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독자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배우자 김건희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독자제공

이날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모두 부인과 동행하지 않고 홀로 투표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후보 배우자(김혜경씨)는 관례에 따라 본 선거일인 3월 9일 자택 근처에서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이날 오전 자택 근처인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를 찾아 사전 투표를 마쳤다. 양 캠프는 후보와 부인이 따로 투표하는 이유에 대해 말을 아꼈으나, 정치권에선 “둘 다 부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아니겠냐”는 말이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가족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한 배복주 후보. 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가족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왼쪽은 서울 종로 보궐선거에 출마한 배복주 후보. 뉴스1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배우자 이승배씨와 아들 이우균씨와 함께 투표했다. 심 후보의 투표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인 정의당 배복주 후보도 함께했다. 심 후보는 이날 투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거는) 기득권 정치를 다당제 책임 연정으로 바꾸는 대전환의 선거”며 “종로는 저희 당의 배복주 후보가 출마한 지역구이기도 하다. 배 후보에 대해 적극적인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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