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점 전 방역 완화 시작…주요국 '출구전략'과 비교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시행되던 방역패스가 중단된 1일 서울시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QR코드 확인용 모바일 기기와 안심콜 안내문을 떼어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시행되던 방역패스가 중단된 1일 서울시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이 QR코드 확인용 모바일 기기와 안심콜 안내문을 떼어내고 있다. 뉴스1.

1일부터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중단되고 코로나19 확진자 동거인의 격리가 모두 면제되는 등 방역 조치가 완화했다. 하지만 코로나 '출구'는 아직 멀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진행 중인 데다 유행 정점이라는 큰 고비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국의 대처 상황을 살펴봐도 '유행 정점'을 기준으로 온도 차가 극명하다. 일찌감치 정점을 통과한 미국·영국 등은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하는 등 마지막 안전장치까지 풀고 있다. 반면 우리처럼 아직 정점을 통과하지 못한 싱가포르 등은 밀접 접촉자 격리 등을 유지하고 있다. 정점을 갓 통과한 일본·독일은 단계적 완화에 들어간 상태다.

정점 지나 방역 조치 푸는 각국…한국, 정점 도달 아직

현재 주요 국가들에서의 코로나 상황은 크게 세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점을 일찌감치 넘긴 경우(미국·영국 등), 최근 정점을 넘겨 감소세에 접어든 경우(독일·일본 등),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아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경우(한국·싱가포르 등)이다.

#미국·영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4~5주 지나 정점을 찍고서야 오미크론 확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12월 초 첫 오미크론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에선 12월 중순부터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 달만인 지난 1월 14일 신규 확진자 수가 80만6795명에 달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확진자 수는 감소하기 시작해 최근에는 정점의 10분의 1 수준인 8만 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영국 역시 1월 초 신규 확진자 약 22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해 최근 3만~5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1월 초~중순 비교적 이른 시기에 일찌감치 정점을 넘긴 이 나라들은 남은 방역 조치까지 전격적으로 풀고 있다. 미국은 전체 51개 주 가운데 하와이주를 제외한 본토 50개 주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사라졌다. 영국은 정점으로부터 1달 반 정도 흐른 뒤인 지난달 24일, 확진자 자가격리, 무료 진단검사 등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끝나지 않았지만 오미크론 변이 유행 정점은 지났다"면서 "정부 규제에서 개인 책임으로 넘어갈 수 있는 단계"라고 영국의 코로나 상황을 평가했다.

지난달 1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버스정류장 모습. 덴마크 정부는 2월부터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과 백신패스 이용을 해제했다. 연합뉴스/AP

지난달 1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버스정류장 모습. 덴마크 정부는 2월부터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과 백신패스 이용을 해제했다. 연합뉴스/AP

#일본·독일·덴마크는 이제 막 정점을 지나 감소세다. 일본은 지난달 초·중순을 기점으로 확진자 수가 꺾였다. 2월 둘째 주 일본의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9만3262명이었는데, 그다음 주 8만598명으로 13.6% 떨어지더니 2주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망자가 여전히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어 일본 정부는 방역 조치를 일부만 해제하면서 조심스럽게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입국 규제를 완화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다음 국면으로의 준비를 단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역시 지난달 중순 이후 정점을 지나면서 방역 조치를 점차 풀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등의 조치는 유지하되 오는 20일까지 3단계에 걸쳐 차차 조치를 풀 예정이다. 덴마크는 1월 말 최다 확진자(4만5924명) 발생 이후 계속해서 신규 확진자 4만 명 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위중증 환자 수는 20~40명대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어 마스크 착용 의무 등 전반적인 방역 조치를 폐지했다.

#우리 나라를 포함해 싱가포르·뉴질랜드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비교적 늦은 시기에 유행이 급격하게 퍼지면서 대규모 확산이 현재진행형이다. 확진자뿐 아니라 중환자 수도 급증하고 있어 의료 역량과 자원을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정점 전 완화…방역 전문가들 "피해 키울 우려"

결국 엔데믹(풍토병화)로 가는 과정에서 당장 관건은 다가오는 정점 시기를 완만하게 넘기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유행 정점을 '3월 초~중순, 하루 최대 18만~35만 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당장 대통령 선거일인 오는 9일 신규 확진자는 23만명 이상, 위중증 환자는 1200명 이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위중증 환자는 1일 기준 727명으로, 일주일 전인 지난달 22일 480명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이날 기준 사망자는 112명으로 향후 200~300명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변수 중 하나는 1일부터 완화한 방역 조치의 영향이다. 방역 패스는 시행 4개월 만에 중단됐고, 확진자의 동거 가족이더라도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격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14일부터는 가족이 확진된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도 등교할 수 있다.
〈관련 기사; 방역패스도 결국 중단…논란·갈등에 방역 고삐 속속 해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1839〉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뉴질랜드는 동거가족 격리와 함께 고위험시설과 취약계층 중심 역학조사를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밀접접촉자 격리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당초 추진하기로 했던 거리두기 완화는 유예했다.

1일 오전 중구 서울역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13만8993명 발생해 이틀째 13만명대를 기록했다. 뉴스1.

1일 오전 중구 서울역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13만8993명 발생해 이틀째 13만명대를 기록했다. 뉴스1.

정부는 방역 조치 완화와 관련해 위중증·사망 방지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소송전 끝에 방역패스가 곳곳에서 정지되는 등 논란과 갈등이 커진 것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선 정점을 지난 뒤 단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아직 정점까지의 불확실성이 큰데도 급진적으로 방역을 푸는 것은 정치적·경제적 고려가 우선됐기 때문"이라며 "이번 완화 기조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의 희생을 전제로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