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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 중앙은행·국부펀드 제재…러, 협상 중에 "핵전력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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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3일(현지시간) 흑해로 가는 길목인 터키 보스포루스해협에 등장한 러시아 해군 잠수함. 28일 러시아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간) 흑해로 가는 길목인 터키 보스포루스해협에 등장한 러시아 해군 잠수함. 28일 러시아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AFP=연합뉴스]

28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첫 '휴전 회담'이 시작됐지만, 오히려 긴장은 더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핵전력 강화 태세에 들어갔고, 미국은 금융 제재를 더 옥죄였다. 친러 벨라루스의 참전 가능성이 관측되는 가운데 미국은 민스크 주재대사관을 임시 폐쇄했다.

러시아는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고 인테르팍스와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인테르팍스는 러시아 전략 미사일 부대를 비롯한 북해·태평양함대, 장거리항공사령부 등 관련 부대가 핵전력 강화 준비태세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3대 핵전력(Nuclear Triad)으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폭격기 부대가 비상태세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이은 후속 조처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관에 "나토 주요국이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인 성명을 발표함에 따라 핵 억지력 부대에 특수 전투 임무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전략 미사일 부대(Strategic Missile Forces)는 러시아 전략 핵전력의 중심이다. 또 북해 함대는 러시아 해군에서 가장 강력한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태평양 함대는 다목적 핵잠수함 등 다양한 전력을 갖췄다. 장거리 항공사령부는 러시아 핵 삼각 축의 하나로 Tu-22M3 장거리 폭격기와 Tu-160, Tu-95MS 전략 폭격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 재무부, 중앙은행 제재 목록에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를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미 재무부는 해외자산통제국(OFAC)을 통해 이날 즉시 미국인의 러시아 중앙은행·국부펀드·재무부와 금융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서방 동맹국들과 조율한 제재임을 알리면서 "이번에 내놓은 전례 없는 조치로 러시아의 자산운용 능력을 크게 제한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능케 하는 자금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도 전면 차단키로 했다. RDIF는 러시아 정부가 자국의 고성장 분야 자본 유치를 위해 고안됐으며, 러시아가 외화를 끌어들이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됐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크릴 드미트리 총재가 펀드를 운용 중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제재는 이란·베네수엘라·북한 정도였으며, 러시아 경제 규모 정도의 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린 적 없었다.
미국은 이번 금융 관련 조치로 러시아의 루블화 능력 약화와 그로 인한 국가 경제 타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단, 석유·천연가스 등 특정 에너지 거래는 예외를 둘 것이라고 미 재무부는 덧붙였다.

한편,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전날 미국 등 서방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배제 조치에 대해 "대체할 수단 있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러시아, 36개국에 '영공 금지' 맞대응  

러시아 민간항공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럽 국가들의 영공 진입 금지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영국, 독일을 포함한 36개국 항공사 비행기의 운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 항공기에 대해 영공 진입을 금지한 서방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은 개별적으로 러시아 항공기의 영공 진입을 금지했으며, 이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27일 역내 러시아 항공기의 이착륙과 비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벨라루스 주재 미국 대사관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 루트를 제공하는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이유에서다. 또 미 국무부는 또 러시아 대사관에 근무하는 '비필수' 외교관에 대해서 출국을 권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부당한 침공을 감행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인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우선은 없다"며 "이는 전 세계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도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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