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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용 버렸나?…'결재 한번에 5503억' 李 재판문건도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이른바 '배수구 문건'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공직선거법 재판 관련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2018년 8~11월 성남시의 대장동 환수 이익을 5503억원으로 표기한 선거공보물이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해당한다는 선거법 재판에 대비하려는 목적으로 작성한 문건들이다. 이 문건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피고인인 정민용 변호사(전 공사 전략사업실장)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친필 메모도 담겨 있었다.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배수구 문건 내용을 실물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배수구 문건 내용을 실물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李, 대장동 '결재 한번에 5503억원 번 사연' 공보물로 재판 

원희룡 본부장은 28일 오전 11시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건을 철하고 정리한 방식으로 볼 때 특정인이 업무상 목적으로 정리했던 것으로 보이고, 동일 필적의 손글씨가 일관되게 도처에서 발견된다"며 "이 손글씨는 다른 내용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한 대응논리를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2018년 6월 13일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대장동 사업으로 5503억원을 환수했다'는 내용의 선거공보물을 작성했다가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2018년 8월 고발당했다. 고발인인 변환봉 변호사(당시 자유한국당 성남수정 당협위원장)는 대장동 사업 완료 예정일이 2020년 말이라 개발이익금이 전혀 환수되지 않았는데도 이 지사가 '결재 한번에 5503억원 번 사연'이란 공보물에서 마치 성남시가 5503억원을 벌어들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 후보시절 유권자 가정에 발송된 선거공보물. 대장동 개발사업이 소개돼 있다. [중앙포토]

이 지사 후보시절 유권자 가정에 발송된 선거공보물. 대장동 개발사업이 소개돼 있다. [중앙포토]

'확정적 발생인가?' 정민용 추정 자필 메모 적힌 배수구 문건

원 본부장이 이날 공개한 문건은 재판이 있기 전인 2018년 8월~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 본부장 주장대로 문건엔 여러 군데 손글씨가 적혀있다. '① 공사는 성남市 100% 자회사(공사의 성격 : 지방공기업 : 기타공공기관) ② 도시개발法에 따른 공정률은 80% → 수익발생시기로 본다면 ③집행내역→공개가능' 등 특정 논리를 정리한 내용과 '그렇다면 2018.6. → 〈확정적 발생인가?〉, 통장 별도 확보 필요한가?' 등 논리를 보강하기 위해 자문(自問)하는 내용이다. 확정이익 제공 방식을 기술하는 문구엔 1차 이익배분에 '2561 + α'(신흥동 공원화 사업비), 2차 이익배분에 '1822 +'(국민임대주택용지) 등 구체적인 이익 규모가 자필로 쓰여있기도 했다.

이른바 '배수구 문건' 속 자필 메모. 국민의힘 제공

이른바 '배수구 문건' 속 자필 메모. 국민의힘 제공

같은 문건의 공란엔 '논리'라는 제목 아래 '*공사는 자료를 제공하였을 뿐이다 → 이용 관련은 당시 성남시장의 몫' 등 이 후보와 공사의 책임 소재를 구분하는 내용의 자필 메모도 쓰여있다. 이어 '*그렇다면 당시 제공 자료는 어떻게 되는가?' '*허위사실 유포인지 여부는' 등 예상되는 추가 질의에 대한 답변을 고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자필 메모도 발견됐다. 성남도개공과 하나은행컨소시엄이 합작해 설립한 성남의뜰 SPC(특수목적법인) 간 관계도와 수익배분 방식도 적혀있다.

'도지사 공선법 재판 도중 5500억 넘는 이익 귀속' 등

'배수구 문건'의 내용. 국민의힘 제공

'배수구 문건'의 내용. 국민의힘 제공

'배수구 문건'의 내용. 국민의힘 제공

'배수구 문건'의 내용. 국민의힘 제공

함께 공개된 또 다른 문건엔 '현재 공사가 취득예정인 임대주택(용지) 환가대금은 1822억을 상회하여 약 2500원('억원'의 오기로 판단) 정도에 이를 가능성이 있어서 도지사의 공선법위반 재판 도중에는 5500억을 넘어서는 이익이 성남시에 귀속될 수 있음' 내지 '검찰에서는 2017.3 공사가 생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누가 공보문을 만들었는지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음' 등 이 후보의 2018년 당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대비한 문구가 출력돼 있기도 하다.

이 후보는 결국 5500억 환수 공보물 부분은 ‘무죄’→‘벌금 300만원’→‘무죄’로 2020년 7월 대법원에서 뒤집힌 친형 강제입원 TV토론 발언과 달리 2019년 5월 1심 때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1공단 공원화 사업과 1822억 상당의 임대주택용지 또는 현금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서 받기로 했다"며 "'환수했다', '벌었다', '수익으로 했다' 등으로 표시하더라도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공사 측의 논리를 수용했기 때문이었다.

원 본부장은 이같은 재판 대응 문건의 작성자를 정민용 변호사로 지목했다. 그 이유로 "여러 대장동 사업 중에서도 특히 이재명 후보의 재판 관련 공문서들이 다수 이 보따리 안에 들어있다"며 "손글씨로 쓴 재판 대응 논리, (정 변호사의) 명함과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등이 함께 나왔던 것도 참고할만하다"고 덧붙였다.

"작업반원이 배수구 청소 중 발견"…정민용 측 "드릴 말 없다"

원 본부장은 이날 '배수구 문건'의 입수 경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최초 발견자 A씨는 안양-성남 제2경인고속도로 작업반원으로 분당 출구 부근 배수구 청소 도중 검은 부직포 보따리를 발견했고, 관공서 문서로 보여 분리수거해도 되는지 작업반장에게 보고했다"며 "반장은 문서표지와 내용, 200쪽 이상의 분량이 석연찮아 주변 지인과 상의했고, 지인은 자신의 판단 범위를 넘어선다고 해서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에게 제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원희룡 정책본부장, 김은혜 공보단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대장동 배수구 문건 실물이 공개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원희룡 정책본부장, 김은혜 공보단장의 기자회견에 앞서 대장동 배수구 문건 실물이 공개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체 문건도 표지 위주로 공개됐다. 원 본부장은 "이 사안의 핵심은 누가 왜 무엇을 감추고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굳이 고속도로 배수구에 대장동 결재서류 숨겼느냐에 있다"며 "수사나 재판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지장이 없다고 생각되면 숨기는 것 하나 없이 결과적으로 다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와 그 변호인 측은 배수구 문건 관련 질의에 할 말이 없다며 답을 하지 않았다. 정 변호사의 변호인 측은 "사건 관련해서 따로 기자에게 드릴 말씀은 없다"며 "(배수구 문건 관련) 그 부분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틀에 걸친 전화와 문자 등에 응답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이날 원 본부장의 공개한 문건들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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