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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오미크론, 독감 수준"이라는데…한달 새 1380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 새 114명 발생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간 숨진 이들만 1380명에 달한다. 정부는 오미크론을 계절 독감에 빗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하지만 풍토병을 거론하기엔 여전히 위험한 질병이라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른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49명)보다 두 배 이상 늘어 114명 나왔다. 이틀 전에 나온 최고 기록(26일, 112명)보다 많다. 연령별로 보면 80세 이상이 6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70대(32명), 60대(9명), 50대(5명) 순이다. 사망자 중 미접종자는 48명이었다. 최근 1주간(20~26일) 사망자는 541명으로 전주(309명)의 1.75배로 늘었다. 3주 전(1월 30일~2월 5일, 146명)과 비교하면 3.7배로 급증했다.

28일 오후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연합뉴스

이날까지 누적 사망자는 8058명으로, 최근 한 달간(1월29일~2월 29일) 1380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정부가 중증, 사망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확진자 절대수가 급격히 불어나자 위중중 환자와 사망자도 늘고 있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는 이날 715명으로 집계됐는데, 2주 전(15일, 314명)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최근 1주간(20~26일) 신규 위중증 환자는 655명으로, 직전 주(367명)의 1.78배다.

문제는 확진자 증가가 이어지며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방대본은 이날 국내외 연구진의 최근 예측을 종합해 “3월 9일 일일 확진자 23만명 이상 발생하고 재원 중 중환자는 1200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행 정점은 3월 초에서 중순까지로 예측됐으며 이때 확진자 규모는 18만명대에서 35만명대까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국내 감염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탓에 점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정점이 높고 길게 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및 사망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델타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사망 피해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달 확진자가 하루 20만~30만명씩 1, 2주간 발생한다고 했을 때 정부가 밝힌 치명률 0.08%를 대입하면 매일 최소 160명의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 2주만 유지돼도 시차를 두고 20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 계절 독감의 경우 국가 통계는 없지만 매년 유행 시기에 300만~700만명 정도가 감염되고 3000~5000명 정도가 사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치명률 0.08%는 그나마 3차 접종자에 해당하는 얘기이고, 미접종자(0.6%)는 여전히 계절 독감 치명률보다 5배 이상 높다. 또 고위험군인 60세 이상의 경우 3차 접종을 하더라도 치명률이 0.55%이고, 미접종자라면 5.44%까지 치솟는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계절 독감처럼 대응하겠다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의 위험성이 낮다는 의미보다 의료체계 대응 역량에서 대안이 없는 상황의 반영일 뿐”이라며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하려면 확진자 수가 정점을 지나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해야 하고 경구용 치료제 등으로 중증 환자 수를 큰 폭으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긴급 이송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의료진들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긴급 이송하고 있다. 중앙포토

질병관리청도 앞서 치명률뿐 아니라 유행 규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000명일 때 치명률 0.1%와 5만명, 15만명일 때는 다르다”(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면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 감염자, 사망자를 고려하면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가 평균 3만5000명, 35명 정도로 줄어야 코로나19가 비로소 독감 같은 병이 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앞으로 사망자가 하루 200, 300명씩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2009년 신종플루 때 접종과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로 그나마 치사율을 0.036%까지 떨어뜨렸는데 코로나19는 이보다 여전히 높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코로나19 백신 효과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고 변이가 3~6개월마다 출현해 신종플루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를 쉽게 처방받을 수도 없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풍토병처럼 되더라도 독감과 같은 계절성 감염병이 아니라 1년 내내 부담을 주는 호흡기 감엽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탁 교수는 “1년 내내 코로나19가 발생한다면 약 1만명 정도 사망을 계속 안고 가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사라지면 코로나19 유행 기간 감소했던 호흡기 감염병도 다시 평소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 중장기적인 의료체계 확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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