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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강새벽은 ‘탈북자’인가, ‘새터민’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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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오징어 게임’의 인기 여파로 출연 배우들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그중 한 명이 강새벽 역할을 맡은 정호연이다. 인기 덕분에 그의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극 중 역할과 연관 지어 ‘새터민’ ‘탈북자’ ‘탈북민’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어느 것이 맞는 용어일까?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 ‘귀순용사’나 ‘귀순자’로 불리던 것이 1990년대 들어 주로 ‘탈북자’로 불려 왔다. 97년에는 정부가 법률을 제정하면서 공식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란 용어를 썼다.

2005년에는 통일부가 새로운 용어로 ‘새터민’을 선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비판이 적지 않게 일었다. 자유를 찾아온 사람을 경제 난민 취급하는 것이냐는 등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탈북자가 새터민이면 우리는 헌터민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급기야 통일부는 2008년 ‘새터민’이란 용어를 가급적 쓰지 말자는 입장을 내놓는다.

최근 들어 부쩍 사용 빈도가 늘어난 것이 ‘탈북민’이다. ‘탈북민’이 지금까지 나온 용어 가운데 가장 나아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탈북민’의 ‘민’을 ‘국민’이란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무사히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만 북한을 탈출해 아직도 중국 등지에서 떠도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 ‘탈북민’ ‘탈북자’로 부르자는 의견이 있다.

이처럼 북한을 탈출한 사람을 부르는 용어는 어느 것이 적절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용어를 통일하면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므로 상황에 따라 어울리는 말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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