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ㆍ통일에 계속 앞장”/문익환목사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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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나만 풀려나 남은 인사들에 미안/수감중 쓴 시로 제5시집 엮을터
형집행정지로 20일 석방된 문익환 목사는 서울 수유동 자택에 귀가하기 앞서 오후 10시30분쯤 서울 충신동 전민련회관에 부인 박용길 씨(71) 등 가족과 함께 회색 르망승용차로 도착,미리 나와 있던 박영숙 평민당 부총재와 전민련 간부 등 50여명의 열렬한 환영을 받은 뒤 전민련 사무실에서 석방환영대회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문 목사는 환영식에서 자신이 옥중에서 쓴 자작시를 낭독했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임수경 양 어머니 김정은 씨(47)를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문 목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12월에 열리는 제3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남북간의 불가침협정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석방소감은.
『임수경 양 등 나보다 젊은 방북인사 4명을 옥에다 두고 먼저 나온 것에 대해 몹시 가슴아프다. 석방당시 마중나온 문정현 신부 등이 나를 끌어안고 기뻐했으나 나로서는 도저히 기뻐할 수 없었다. 특히 나를 수행해 방북한 죄로 감옥에 갇힌 유원호 씨의 집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씨가 석방되지 않아 가슴아프다.』
­향후 활동계획은
『관계당국이 석방당시 병 치료만 하고 일체의 활동을 중지하라고 다짐을 받으려 했으나 내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 나라의 자주통일운동을 계속 벌여나갈 것이다. 감옥에서 젊은 학생들이 나에게 이제는 쉴 것을 권유하기도 했으나 젊은이들이 투쟁의 선두에 서줄 것을 확신하며 나도 이들과 함께 목숨이 다하도록 싸우겠다.』
­수감생활은 어땠나.
『틈틈히 시를 써 제5시집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책을 읽어도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독서는 별로 하지 않았다. 요가와 바둑을 새로이 공부하기도 했다.』
­제2차 고위급회담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측 당국자들이 민족문제 등을 좀 더 허심탄회하게 토론하지 못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꼈으나 이번 회담을 일단 통일로 향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한다.』
­복역중 모친상을 당했는데….
『어머니 생전에 통일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이 한스럽다. 평소 어머니에게 1백세 되는 해에 통일을 꼭 보여드리려고 했으나 5년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그러나 어머니는 비록 돌아가셨으나 믿음 속에서는 통일이 이미 이루어졌으리라 확신한다.』
­문 목사 석방에 대해 남북간의 묵계가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자들에게 오히려 묻고 싶다. 나는 그런데에 흥미도 없고 추측도 하고 싶지 않다.
오로지 나머지 방북인사들의 석방만을 바랄 뿐이다.』<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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