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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압박 통했나, 한국 “대러 제재 동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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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신북방정책 등을 이유로 미국 주도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던 정부가 반나절 만에 경제 제재에 동참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보고를 받고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외교부도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러시아가 어떠한 형태로든 전면전을 감행할 경우 정부로서도 대러 수출 통제 등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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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과 반나절 전인 22일(현지시간) 외교부 당국자는 프랑스 파리 주재 특파원들과 만나 러시아가 신북방정책의 핵심 국가인 만큼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제재에 동참하더라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면서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미국의 강한 요구 때문으로 보인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지난 22일 “우리는 유럽연합(EU)·영국·캐나다·일본·호주 등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논의해 하루도 안 돼 첫 번째 제재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동맹 및 우방과의 연합전선 형성이 미국이 구상하는 ‘대러 스크럼’의 핵심인데, 안보 동맹인 한국의 부재는 균열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미국이 한국에 대러 제재 동참 관련 협의를 요청한 건 제재 구상 초기부터였다.

그동안 정부는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했다. 청와대는 지난 23일 미국이 제재 수위를 높일 경우 한국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외교 경로를 통해 밝히고, 양해를 구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보였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23일 “러시아가 오늘 밤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상황이 긴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로선 더 이상 미국의 제재 동참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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