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韓보다 확진 적고, 정점 꺾였는데…日 하루 사망 300명 급증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4일 도쿄 간다묘진 신사에서 사람들이 새해 사업 번창과 경제 번영을 기원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하던 일본에선 이날 12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와 6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EPA]

4일 도쿄 간다묘진 신사에서 사람들이 새해 사업 번창과 경제 번영을 기원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하던 일본에선 이날 12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와 6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다. [EPA]

한국보다 앞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경험했던 일본에서 최근 일일 코로나19 사망자가 300명을 넘어서며 경고등이 켜졌다. 2월 초 일일 신규 확진자 10만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후 확산 세는 다소 줄었지만, 이번 주 들어 사망자가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직접적인 수치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도 조만간 정점을 찍은 뒤 일본과 유사한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델타의 4분의 1 정도라고 해도 절대 확진자 수 증가에 따라 위중증 환자가 대폭 늘어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日, 10만명대 확진자로 역대 최다…사망자는 300명대

일본에서 일일 최다 확진자가 발생했던 건 지난 5일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날 10만561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2일 첫 5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4일 만에 더블링 된 셈이다. 이날 정점을 찍은 후 현재까지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다. 지난 21일에는 5만명대, 23일에는 8만명대 확진자가 나왔다.

일각에선 일본이 10만명대에서 정점이 꺾인 것을 두고 이미 17만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는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어를 잘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 숫자만을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PCR 검사 건수부터 두 나라가 현저한 차이를 보여서다. 일본의 일일 PCR 검사 건수는 2월 초 20만건, 현재는 10만건 전후에 불과해 하루 40만~80만건에 육박하는 한국과 차이가 크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본 정부의 발표보다 실제 확진된 사람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의견에 힘을 실어주는 건 최근 일본 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코로나19 위중증ㆍ사망자 숫자다. 최다 확진자가 발생했을 무렵인 지난 4일 사망자가 103명을 기록한 후 점차 증가하더니 약 열흘 뒤인 15일엔 236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200명대 사망자가 나온 건 지난해 5월 18일(216명) 이후 273일 만이다. 사망자는 계속 증가했다. 그다음 주인 22일에는 코로나19 발생 2년여 만에 첫 300명대 사망자가 나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통 확진자가 발생한 후 2~4주 정도 시차를 갖고 사망자가 나오는데 그런 걸 고려해도 숫자가 너무 맞지 않는다”라며 “감염자가 일본 정부 발표보다 한 3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 “한국도 정점 도달 뒤 유사한 패턴 보일 것”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입을 차단하겠다며 입국 규제를 강화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유입을 차단하겠다며 입국 규제를 강화했다. 연합뉴스

일본 내 실제 확진자가 지금의 3배 수준이라고 하면 국내 방역당국이 예측한 최악의 상황과 유사한 수준이다. 당국은 2월 말~3월 중순 유행 규모가 14만~27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하루 300명 넘는 사망자가 한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방역당국이 제시한 오미크론의 치명률(0.18%)로 단순 계산을 해봐도 사망자가 대폭 늘어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27만명의 확진자가 쏟아진다고 하면 하루에 486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의료진도 경험이 많이 쌓였고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도 처방이 가능하기 때문에 500명까지 근접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본처럼 200~300명 정도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일본은 그나마 작년 6~8월에 확진자가 폭증하며 자연면역을 획득한 이들이 많았지만 한국은 그동안 감염된 사람이 적어 확산 세 자체가 더 클 수 있고, 3~4월이 되면 부스터샷 접종을 받은 고령층의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백신 접종과 의료 체계 정비라고 입을 모았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 미접종자의 접종률을 높여야 하고 3차 접종 완료자라고 해도 고위험시설에 있는 분들은 4차 접종까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의료 대응 역량이 과연 충분한지, 또 준비된 병상을 운영할 여력이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방역당국 관계자는 “현재 준비된 중증환자 병상이 2500개 정도 되기 때문에 그 수준 이하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며 “1~2주 이내에 포화 상태가 되진 않을 거 같지만, 아직 정점을 지난 게 아니라서 유행이 높고 길어지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