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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태우기, 콜 몰아주기…서울시 “카카오택시 의혹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 직장인 오모(여·25·서울 은평구)씨는 지난달 여의도에서 회식을 마친 뒤 ‘카카오T’ 앱을 이용해 택시(카카오택시)를 불렀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여의도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사는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여의도에서 차로 50분 거리인 도봉구에 사는 상사는 금세 카카오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오씨는 “20분을 기다려도 배차가 안 돼 결국 기본요금 4500원인 프리미엄 택시를 불렀다”고 말했다.

# 택시 운전사 김기승(76)씨는 최근 월 3만9000원짜리 ‘카카오T 프로멤버십’에 가입했다. 배차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다. 그는 “승객이 없는 이른 아침 시간대에 수수료를 많이 내는 카카오T 블루(가맹 택시)만 골목길을 들락날락하는 걸 봤다”며 “일반 택시들은 콜이 안 잡혀 대로에 줄지어 서 있기 일쑤”라고 말했다.

국내 택시 플랫폼시장의 90%를 점유한 카카오택시가 승객의 목적지를 노출해 ‘장거리 승객 골라태우기’를 유도하거나 수수료를 내는 가맹 택시에만 ‘콜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23일 이런 내용의 ‘플랫폼택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카카오택시 유형별 호출 성공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카오택시 유형별 호출 성공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시가 지난해 10~11월 카카오택시 841대를 호출한 결과, ‘이동 거리’에 따라 호출성공률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3㎞ 이내로 이동할 때 호출성공률은 66.4%였지만 이동 거리가 10㎞ 이상일 땐 81.8%의 높은 확률로 배차에 성공했다. 승객이 많은 평일 밤 시간대 격차가 더 심했다. 이 시간대 단거리의 호출성공률은 23%였던 반면 장거리는 54%로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가 기사들에게 승객의 목적지를 노출하는 것이 ‘승객 골라태우기’를 유도한다고 보고 있다.

일반택시 호출 이후 가맹택시 배차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반택시 호출 이후 가맹택시 배차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서울시는 최근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콜 몰아주기’ 의혹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 택시는 카카오에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지만 카카오T 블루 등 가맹 택시는 월 매출의 20% 달하는 수수료를 내다 보니 카카오가 가맹 택시에 호출승객을 몰아준다는 의혹이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T 앱에서 일반 택시를 호출해도 10대 중 4대는 가맹 택시(카카오T 블루)가 배차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승객이 적어 기사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주말에도 일반 택시 대신 가맹 택시가 배차된 비율이 44.1%였다.

서울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제공할 방침이다. 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서울시 조사 결과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조사 내용을 검토중에 있으며, 필요시 입장 등을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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