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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최다 확진 16만…또 틀린 정부, 최악 상황 치닫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만 1452명 발생한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부설주차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DT)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 차량이 줄지어 검사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7만 1452명 발생한 23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종합운동장 부설주차장에 마련된 드라이브스루(DT)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 차량이 줄지어 검사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23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만에 7만명 급증하며 역대 최다치를 기록하며 20만명 선을 위협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확진자는 16만1382명이다. 전날 같은 시간대 보다 3377명 늘었다. 지난달 셋째 주(1월 16일~1월 22일)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뒤 확진자 규모는 매주 두배로 늘어나는 이른바 ‘더블링’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이 빠르게 퍼지면서 당국이 밝힌 유행 전망은 판판이 빗나가고 있다. 정부는 확진자 숫자만을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며 위중증과 사망률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연일 강조한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정부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면서 의료 체계를 뒤흔들고, 사회 필수 시설 마비 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확진자 수는 검사를 많이 하면 할수록 늘고 있다. 21일 39만건 검사에서 9만957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22일 84만건 검사를 했더니 확진자가 17만1452명으로 훌쩍 뛰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21일 국내외 연구기관 10곳이 수행한 코로나19 발생 예측을 종합한 결과 3월 초 하루 확진자가 17만명 이상 발생하고, 현재 400명대에 머무르는 위중증 환자 수도 1000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유행의 정점을 2월 말~3월 중으로, 확진자 규모는 14만~27만명으로 내다봤다. 이미 정부 전망의 최저치를 넘어섰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해 달리고 있다. 정은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팀은 이날 국가수리과학연구소 홈페이지에 감염 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추가 감염시키는 사람 수)가 1.67일 경우 1주 뒤 하루 확진자가 21만3332명, 2주 뒤엔 33만4228명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은하 숭실대 수학과 교수팀은 내달 2일 하루 확진자 수가 32만여명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총리 “공포감 가질 이유 없어…안정적 관리되고 있어”

이날 정부는 확진자 숫자만 보고 공포심을 가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방역에 대한 경각심과 방역수칙 이행이 느슨해져서는 안 되겠지만, 과거와 같이 확진자 수만 가지고 두려움이나 공포감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이미 우리는 오미크론에 능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잘 갖추었다”라며 “위중증률과 사망률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오미크론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위중증과 사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정책도 큰 틀에서 개편해 나갈 예정”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발표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확진자 폭증이 장기적으로는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면 결국 위중증, 사망자의 절대 숫자도 증가할 수 있어 위험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델타와 비교해 치명률이 상당히 낮은 오미크론이 확산한다는 점에서 일상회복을 위한 긍정적 요인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델타 변이보다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기 때문에 한 차례 대규모 유행을 거칠 경우 백신면역에 더해 자연면역을 획득한 이들이 늘면서 확산 세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어 최근 확진자 증가 규모에 비해서는 중증환자 발생이 낮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당국은 한 달 전과 비교하면 확진자 수는 14.7배 증가했지만 위중증 환자는 1.63배, 사망자는 1.25배에 그쳤다고 밝힌 바 있다. 손 반장은 “현재 중환자 전담 치료 병상은 36.9%를 사용 중”이라며 “절반 넘게 여유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질병청 "치명률 떨어져도 확진자 늘면 비상상황"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열린 방대본(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는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이 낮더라도 유행 규모가 커지면 피해가 급증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위중증 환자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날 위중증 환자 수는 전날 480명보다 32명 늘어난 512명을 기록했다. 한동안 200명대 위중증 환자 수를 유지하다가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500명대로 올라섰다. 사망자도 크게 늘었다. 전날 58명이었던 사망자는 이날 99명을 기록했다. 델타 변이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해 12월 31일 사망자 108명을 기록한 후 54일 만에 100명대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위중증ㆍ치명률이 떨어졌다고 해도 발생 규모 자체가 크다고 하면 여전히 비상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5000명 발생 때 0.1%와 5만명이나 15만명일 때 0.1%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으로 인해 감염이나 위중증ㆍ사망 예방효과는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내달 최대 2500명까지 나올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 병상을 2685개까지 늘렸다. 전문가들은 중환자가 실제 발생했을 때 바로 쓸 수 있는 병상인지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점은 2~2주 뒤 올 것이고, 중환자 발생 정점은 그보다 2~3주 지나야 올 것이라고 말했다. 엄 교수는 “중환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1~2주 내에 지난해 연말처럼 암담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본다”라며 “정부는 계속 ‘괜찮다’고 하는데 유행의 정점이 지났을때 해야 할 이야기를 유행 초입에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점까지 남은 시간동안 “준비한 병상이 실제 활용 가능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막상 환자를 받아야 할 때 인공호흡기 등 장비가 없거나, 의료진 확진자가 늘면서 운영 인력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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