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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수업해도 좋다…교육부 한마디에 학교·학부모 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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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 학기에 우리 아이는 학교에 갈까, 안 갈까. 학부모들도 교사들도 아직 그 답을 모른다. 정상 등교를 추진해온 교육부가 개학 10여 일을 앞두고 원격수업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조모(37)씨는 “우린 맞벌이라 원격수업이 될 경우 신랑과 번갈아가면서 재택근무를 하든 휴가를 쓰든 둘이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씨는 “다음 주 등교를 앞두고 갑자기 ‘이렇게 할 수도 있다’고 하니 너무 당황스럽다”고 했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교육부 대책반 회의에서 다음 달 2일부터 2주 동안을 ‘새 학기 적응 주간’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 기간에 학교장 판단에 따라 전면 원격수업이 가능하다. 교육부는 지난 7일엔 “학교 단위 일괄 원격수업 전환은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란 입장이었다. 등교수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학부모들과 일선 교사들은 원격수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초등학생 둘을 키우는 직장인 차모(44)씨는 “이제 3학년이 된 딸은 한 번도 제대로 원격수업을 해본 적이 없다”며 “원격수업이 결정되면 당장 다음 주부터 점심도 수업도 옆에서 챙겨줘야만 해서 대비 해야 하는데 난감하다”고 말했다. 3남매의 어머니인 이모(41)씨는 “우리는 다둥이라 전면 원격수업을 하면 방 하나씩 뛰어다니며 관리해 줘야 한다. 학부모의 개인 생활이 올스톱되는데 갑자기 말을 바꾸니 화가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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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학부모연합은 21일 입장문을 내고 “개학이 1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의 발표는 불안을 조성할 뿐”이라며 “아이들을 돌보는 각 가정의 상황을 파악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다”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반면에 교육부의 바뀐 방침을 반기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윤모(40)씨는 “확진자가 폭증하는 시기에 백신도 안 맞은 아이들의 전면 등교는 무리였다고 생각한다. 하필 새로운 반 친구와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3월이라 아쉽긴 하지만 안전을 생각하면 원격이 낫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 단체는 ‘학교 자율’로 결정을 떠넘기는 교육부의 발표를 비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학교는 신학기 학사운영방안에 따른 각종 방역 업무만으로도 걱정과 ‘멘붕(멘털 붕괴)’에 빠져 있다. 별다른 기준도 없이 포괄적 자율을 부여하는 것은 더더욱 ‘각자도생’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학교마다 등교 방침이 다르면 민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학교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겪게 된다”며 일관된 방침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인수인계와 업무 파악으로 안 그래도 바쁜 시기인데 신학기 업무 추진에 완전 비상이 걸렸다”며 “무조건 전면 등교라고 해서 이를 염두에 두고 교육과정을 다 짰는데 원격으로 결정되면 아예 계획 수립부터 새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B씨는 “확진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학교에서는 전면 원격을 염두에 두고 논의 중”이라며 “아직 학기 시작 전이라 우선 다른 학교들의 결정 등을 참고해 학교 측에서 정한 뒤 추이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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