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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진영 대결 넘어 대통합과 ‘제왕적 대통령 철폐’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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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각 분야 원로들이 “진영과 대권을 넘어”를 주제로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대담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각 분야 원로들이 “진영과 대권을 넘어”를 주제로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대담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대선이 갈등 증폭 … 보다 못한 원로들 제언

상대 인사·정책 수용, 분권 개헌도 검토해야

대통령선거가 보름가량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투표일까지는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역대 대선 중 최악이라 불릴 만큼 후보와 가족 관련 의혹과 추문이 난무한다는 평가다. 어느 때보다 진영 분열은 심각하고, 비방전도 끊이지 않는다. 대선 과정이 국민을 통합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을 부추기는 것을 보다 못한 정치, 사회, 학계 원로들이 어제 모임을 갖고 후보들과 각 정당을 질타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김원기 전 국회의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등 원로 10여 명과 발제에 나선 박명림 연세대 교수 등은 우선 선거가 문제 해결보다 갈등을 조장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정 책임자를 뽑는 선거이니 도덕성 검증은 필요하다. 하지만 흑색선전과 지엽말단적 공방과 폭로, 이를 중계하는 보도의 홍수 탓에 정작 국가 의제들은 온데간데없어졌다. 남은 기간이라도 국가 비전과 정부 운영 철학, 문제해결 역량을 선보이라는 주문이다. 참가자들은 선거가 이 지경이 된 데 책임이 큰 후보들부터 반성하라고 했다.

안 그래도 비호감도가 높은 후보들이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국민 사이에 기대보다 대선 이후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원로들은 걱정했다.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후보가 없고, 진영 대립이 심해 누가 당선되더라도 ‘반쪽 대통령’에 머물 처지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더라도 정치권은 허구한 날 정쟁을 벌일 소지가 있다. 대선 직후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2년 후 총선이 있어 더 그렇다. 코로나 여파 극복 등 대내외 과제가 산더미인데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발제자 박명림 교수

발제자 박명림 교수

파국을 막으려면 새 대통령과 행정부는 통합과 상생의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과거 몇몇 정부와 이번 선거의 적대 양상에 국민이 지쳐있는 만큼 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새 대통령은 진영, 계층, 지역, 세대, 젠더, 지방과 수도권의 갈등을 녹여내는 대탕평의 인재 발탁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공통 공약은 물론 상대 진영의 인사와 정책도 수용하는 협치를 하라는 원로들의 요구는 적확하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는 것은 모든 개혁의 성공을 좌우할 시금석으로 꼽혔다. 새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기반하지 않는 일체의 권력과 권한 행사를 말아야 한다고 원로들은 촉구했다. ‘대권 문화 철폐’를 위해선 새 대통령과 국회가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권한을 국회, 국무회의, 장관, 지방정부와 균형 있게 나누는 개헌에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다. 개헌이 어렵다면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을 끝내고 국회의 입법권과 총리의 제청권, 국무회의의 심의 기능, 사법부 및 사정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이런 동력은 유권자로부터 나온다. 대결과 증오를 따라가기보다 대안과 준비를 보여주는 후보를 격려해 달라고 원로들은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