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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우크라이나 사태, 강 건너 불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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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인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푸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 진입 명령

한·미 동맹 기반으로 안보에 빈틈 없어야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이 수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일방적으로 분리해 독립시키는 법안에 21일 서명한 뒤, 평화 유지를 명목으로 러시아군 진입을 지시했다. 돈바스 지역에선 친러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에 소규모 교전 중이다. 러시아군이 본격 진입하면 우크라이나군과 정면 충돌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러시아의 강압적 행동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곡물 가격도 폭등할 조짐이다. 유럽에 공급하는 러시아의 가스가 차단되고, 우크라이나의 세계적인 곡창지대가 전쟁터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휘발유 값이 L당 1800원을 넘어 2000원대로 향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제3차 세계대전의 전조라는 끔찍한 얘기까지 나돈다. 미국과 유럽은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인근에 병력을 속속 증강하고 있다. 전쟁이 본격화하면 민간인 피해는 물론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유럽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우리 교민 60여 명이 아직 남아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당장 에너지와 곡물 수급, 교민의 안전 확보가 시급하지만 사태의 본질이 더 중요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게 된 것은 국내 정치 혼란과 분열에 방위력이 약하고 동맹조차 변변치 않아서다. 냉전 시기에 소련 치하에서 핍박받던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뺏겼다. 그래서 최근 안전 확보를 위해 나토 가입을 도모하자 러시아가 다시 침공한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과 독일 등의 군사력 지원은 제한적이다.

북한 비핵화에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소련 핵무기를 5000발 이상 받은 우크라이나는 탈냉전 이후 부다페스트조약(1994년)으로 비핵화하는 대신 안전 보장을 약속받았다. 그런데 핵무기가 없는 지금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북한이 핵 보유에 더 집착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설득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아야 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신경을 쓰는 사이 북한이 도발할 우려가 있어 우리는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우리의 처지와 비슷하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공고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안보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