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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월급 격차…5% 올라도 259만원 vs 2.6% 올라 529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한 첫해 임금근로자의 영향이 공개됐다. 2020년 근로소득자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보다 소폭 증가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월급이 14만원씩 늘었지만, 임금 격차를 따지면 2배가 넘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영향으로 숙박‧음식업에서 평균임금이 증가하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대기업, 중소기업의 2배 번다

21일 통계청 ‘2020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 결과’ 자료를 보면 2020년 근로소득자의 월평균 소득은 320만원으로, 전년보다 11만원(3.6%) 올랐다. 대기업 근로자는 1달에 평균 529만원을 버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59만원이다. 전년 대비 임금 상승률로 따지면 중소기업이 더 컸지만, 여전히 대기업은 중소기업보다 2배를 벌고 있다.

기업규모 ·연령별 월평균 임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업규모 ·연령별 월평균 임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60대 이전까지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50대를 기준으로 대기업 근로자는 월평균 687만원을, 중소기업은 280만원을 버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 차이가 2.5배에 달한다. 40대에선 2.2배, 30대에선 1.8배 차이가 났다.

소득 구간별로 보면 월평균 소득이 150만∼250만원 미만 근로자가 27.9%로 가장 많았다. 월평균 소득이 85만원 미만인 근로자는 13.9%, 85만∼150만원 미만이 10.2%였다. 임금근로자 4명 중 1명(24.1%)은 월급이 150만원에 미치지 못 했다.

금융·보험업 평균 월급 660만원 

산업별로는 금융·보험업에 종사하는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66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기·가스·증기·공기조절공급업(657만원), 국제·외국기관(478만원) 등의 순이었다. 금융·보험업이 산업별 소득 1위를 차지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 이래 처음이다.

차진숙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2020년 주식시장 활황의 영향으로 금융·보험업 근로자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운수·창고업의 경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형 항공사 무급 휴직이 늘어나다 보니 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직 늘어…남은 사람 더 일했다

통념을 벗어난 결과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숙박‧음식점업 근로자는 1년 새 13.2%의 임금이 늘었다. 산업별로 분류했을 때 가장 큰 임금상승률이다. 예술‧스포츠 등 여가산업 종사자는 임금이 5.4% 증가했다. 통계상으로는 임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그 기저엔 높은 실업률이 있었다. 평균임금 증가가 소상공인 피해가 컸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저녁 서울 광진구 구의동 먹자골목.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발하며 소등 시위를 벌여 일부 상가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7일 저녁 서울 광진구 구의동 먹자골목. 소상공인들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발하며 소등 시위를 벌여 일부 상가에 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인해 식당 아르바이트생 같은 단기근로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전체 평균 임금이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를 견디기 위해 소상공인은 알바생을 줄였고, 일부 남은 직원이 더 많은 일을 감당해야 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임금이 있는 대상의 국세청 소득자료를 기반으로 한 통계”라며 “전체 근로자가 줄어 적은 인원이 더 많이 일하면서 평균 임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2020년 숙박음식업 연간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15만9000명(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율은 증가했다.

급증한 공공부문 일자리 영향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정부‧비법인단체(공공기관)의 평균 소득도 1년 전보다 2.3% 감소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근로자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임금이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도 평균임금이 감소한 건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세금 일자리를 늘린 영향이다.

정부는 2020년 16만4000개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만들었다. 중앙‧지방정부 등 일반정부 일자리가 15만5000개, 공기업 일자리가 9000개다. 전체 취업자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도 10.2%로 역대 처음으로 10%를 넘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일자리를 늘려온 탓에 근속연수가 낮은 신입직원이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근속연수가 낮은 근로자의 신규진입이 늘다 보니 평균임금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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