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가 죽쒀도 시총은 쑥쑥’...韓미스터리, 中만도 못한 ‘이놈’ 탓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최근 20년간 한국 증시는 시가총액이 크게 는 반면, 지수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다.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가 주주환원율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사진 pxhere

최근 20년간 한국 증시는 시가총액이 크게 는 반면, 지수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다.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가 주주환원율이 낮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사진 pxhere

최근 20년간 한국 증시는 대형기업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시가총액(이하 시총)은 크게 는 반면 코스피 지수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피가 글로벌 긴축 행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등 대외 변수로 조정받은 영향도 크지만,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코스피 시가총액과 지수 간의 격차는 지난해 말 1.8배 벌어졌다. 20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코스피 지수는 2977.65로 장을 마감했고, 시총은 약 2203조원으로 나타났다. 2002년 말 시가총액(약 258조원)과 코스피(627.55)를 100(기준치)으로 잡으면 시가총액(848)은 20년 사이 8배 증가했다. 이와 달리 코스피는 같은 기간 시총 절반 수준인 474까지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시가총액과 지수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미국 나스닥 지수와 비교된다. 2002년 말(기준치 100) 이후 나스닥 시장 변동 폭을 살펴보면 시총(1343)이 불어난 만큼 지수(1171)도 큰 폭으로 올랐다.

점점 벌어지는 지수와 시가총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ng.co.kr

점점 벌어지는 지수와 시가총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ng.co.kr

IPO·물적분할로 증시 판 커져 

코스피 덩치(시총)가 커진 데는 지난해 줄 이은 기업의 증시 입성이 영향을 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신규 상장사의 공모 시가총액(87조2000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하지만 지수에는 상장 당일 종가 이후 등락률만 반영한다. 예컨대 올해 대표적인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힌 LG에너지 솔루션은 상장 당일 종가가 50만 5000원이었고, 현재 18일 종가는 45만4500원이다. 시가총액은 약 100조가량 늘어났지만, 지수는 주가 하락분이 반영돼 되레 깎였다.

또 지난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기업의 핵심사업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 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등도 발행주식 수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상장 기업이 많아지고, 유상증자가 늘수록 시장판 은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보다 낮은 주주환원율  

국가별 총 주주환원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ng.co.kr

국가별 총 주주환원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ng.co.kr

가장 큰 문제는 국내 기업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주주환원 정책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기업이 자본 조달만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이익을 주주들에게 되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최근 10년 동안 평균 주주환원율(KB증권 자료)은 28%로 미국(89%)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31)을 포함한 이머징 국가(38) 평균치와 비교해도 낮다.주주환원율은 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의 합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미국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적극적이다.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든다. 그만큼 주당 순이익이 높아져 주가가 오를 수 있다. 특히 자사주 소각은 전체 주식 수가 줄어 자사주 매입보다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더 크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 증시에서 전체 자사주 매입 규모는 87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3년 전 세웠던 최고기록(8060억 달러)보다 8%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미국 역대 최대규모 자사주 매입

2021년 4분기 주요기업 자사주 매입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ng.co.kr

2021년 4분기 주요기업 자사주 매입 규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ng.co.kr

미국 기업은 올해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설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지난해 4분기 애플, 메타, 구글 등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난 860억 달러(약 102조원)”라며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지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기업의 이 같은 행동을 “기업들이 최근 주가가 하락하자 주주들을 위한 주식 매입에 나섰다”고 호평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선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지만 한국에선 그런 사례가 드물다는 점을 지적한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자사주 매입이 곧 100% 소각이지만 한국은 자사주를 많이 사들이는데 태우지 않아 시가총액에 큰 변화가 없다”며 “더욱이 자사주 매입이 주주 환원보다는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지지 않다 보니 주가 부양 효과도 당연히 적고 주주환원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주환원 정책이 디스카운트 요인?

결국 인색한 주주환원 정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전 메릴린치 서울지점 공동대표)는 “미국 증시는 주주환원에 주목하는 반면 한국 주식시장은 유상증자 등 자본조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주주에게 이익이 적극적으로 공유되지 않다 보니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국 증시가) 디스카운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코스피의 가치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수치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이라며 “분자인 시가총액만 커지면 PER이 높아져 실제로 한국 시장 수치상의 저평가를 야기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