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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교전에 사망자 속출…"동부 난민 4만명 러시아로 대피"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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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19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자이체베 마을 인근에서 벌어진 포격 이후 우크라이나 군들이 피해 장소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자이체베 마을 인근에서 벌어진 포격 이후 우크라이나 군들이 피해 장소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성향의 반군간 교전이 계속되면서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반군 측의 민간인 대피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돈바스 지역 아이·여성 등 난민 4만 명이 러시아 남부로 대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인테르팍스통신 등은 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주택 5채가 파괴됐다고 친러 반군의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전날 반군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정부군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했다는 우크라이나 측 발표에 이어서다. 도네츠크 중심부에서는 19일 늦은 밤부터 20일 새벽까지 수차례 폭발음이 울렸다.

반군 "우크라 공격 임박"…아이·여성 대피령 

돈바스의 친러 정부는 18일 밤 이 지역의 여성·어린이·노인들을 버스에 태워 러시아로 대피시키라고 지시한 뒤 어린이, 여성, 고령자 등을 중심으로 난민 이송에 나섰다. 도네츠크의 친러 수장인 데니스 푸실린은 예비군을 포함해 18~55세 남성의 거주지 이탈을 금지하고, 군 모병 사무실에 보고하라며 명령했다. 푸실린은 “무기를 손에 쥘 수 있는 도네츠크의 모든 남성은 자녀와 아내, 어머니를 위해 일어나라”면서 총 동원령을 선포했다. 루한스크(러시아명 루간스크) 친러 정부도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도네츠크 지역에서 대피령이 내려진 뒤 한 아버지가 피난 버스에 탄 딸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네츠크 지역에서 대피령이 내려진 뒤 한 아버지가 피난 버스에 탄 딸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과 국경을 맞댄 로스토프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곳 국경을 전부 개방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약 200만 명이 거주 중인 돈바스 지역에서 수십만 명의 난민이 넘어올 수 있다고 판단해 내린 조처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로스토프주는 현재까지 약 4만 명의 돈바스 지역 난민을 받아들였다. 난민들은 로스토프주에 있는 92곳의 임시수용소로 이동했고, 약 2000명은 인근 보로네슈주와 쿠르스크주로도 보내졌다고 한다. 러시아는 난민들에게 숙소와 1인당 1만 루블(130달러·약 15만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돈바스 지역 평균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18일 도네츠크에서 폭파된 지프 차량의 잔해. [AP=연합뉴스]

18일 도네츠크에서 폭파된 지프 차량의 잔해. [AP=연합뉴스]

앞서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19일 오전 우크라이나군 포탄이 자국 영토인 로스토프에 떨어져 폭발했다는 자국 언론 보도를 근거로 즉각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18일엔 도네츠크 반군 정부 청사 앞에 있던 지프가 폭발했다고 한다. 러시아 언론은 이 차량이 분리주의자 관리의 소유라며 우크라이나가 곧 친러 반군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 "우크라 침공 위한 '마지막 퍼즐'"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동부지역에서 벌어진 잇따른 충돌과 시설 폭발 등이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데니스 모나스티르스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러시아 용병들이 주요 기반 시설을 폭파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책임을 돌리라는 명령을 받고 돈바스 지역에 들어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친러 분리주의자들은 각종 소셜미디어와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의 민간인 거주지를 겨냥해 박격포와 수류탄을 발포했다”면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선동하고 있다.

반군 측의 총동원령에 대해서도 모나스티르스키 내무장관은 “그들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들에게 공포를 불어넣어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리나 베레시추크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점령지 재통합 장관 역시 “반군과 러시아가 노리는 것은 두려움”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을 무력으로 탈환할 생각이 없으며, 평화로운 주민을 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보 당국이 확인한 바로는 도발을 꾀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라고 강조했다.

19일 도네츠크 지역에서 이뤄진 프레스투어 도중 외신기자들이 탄 차량 주변에 박격포 수발에 떨어져 일정이 중도 취소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차량에 타고 있던 발레리 홉킨스 NYT 특파원은 “우크라이나 정부군 당국자는 친러 반군들이 포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면서 “우리가 아는 한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응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이번 돈바스 지역 친러 세력 움직임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라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직전, 우크라이나 정국으로부터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군을 투입했다. 2008년에는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의 친러 지역인 남오세티야에서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정부군에 의해 사망했다는 이유로 전쟁을 일으켰다.

젤렌스키, 푸틴에 "만나자" 회담 제안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9일 독일의 뮌헨 안보회의에서 “폭격이 시작되면 당신들의 제재는 필요 없다”며 서방의 대응이 늑장이란 취지로 강력 비판했다. 이어 카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다. 젤렌스키의 이 같은 발언들은 돈바스 지역에서 군 총동원령이 내려진지 몇 시간에 나왔다. 러시아 측은 젤렌스키의 제안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의 교전이 전면전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정부는 19일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로 가는 항공편을 취소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키예프의 나토연락사무소 직원을 벨기에 브뤼셀과 키예프 서쪽 도시 리비프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용어사전돈바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러시아명 루간스크)의 통칭.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친러 분리주의자 세력을 중심으로 자신들도 독립하겠다며 자체 공화국을 수립했다. 국제 사회에선 인정받지 못하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대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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