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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 꺼낸 단일화 후 합당론…"尹, 곧 安에 연락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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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유세 차량 사망사고로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겉으로는 상황을 자기 편으로 이끌려는 팽팽한 힘의 균형 속 대치 국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일화에 적극 반대하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단일화 뒤 합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물밑에선 접점을 찾고자 하는 논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치권에선 "이르면 이번 주말 두 후보가 전격적으로 담판을 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일단 외관상으론 양측 모두 강경하다. 국민의당은 18일 공지 글을 통해 “19일 오전 9시 이후 선대위 차원의 공식 선거운동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도 이날 유세 차 사고로 숨진 고(故) 손평오 지역 선대위원장의 영결식에서 “저 안철수,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손 동지의 뜻을 받들겠다. 결코 굽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번 배포에 수억 원이 소요되는 안 후보의 선거 공보물 인쇄도 시작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는 공식적으로 책임 있는 사람이 단일화 관련 협상을 진행한 적이 없고, 안 후보가 안타깝게 돌아가신 당원 분의 유지를 이어받아 꼭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단일화 논의보다 한동안은 국민의당에서 자체적으로 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노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저녁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거 운동원 빈소에서 안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저녁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거 운동원 빈소에서 안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전날 밤 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 후 합당론’을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에서 단일화에 가장 소극적인 인물이었는데 이번 언급은 기존 입장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 대표는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당과의 합당에 대해서 당명 빼놓고는 다 무엇이든지 협상 대상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항상 그것(합당)에 대해서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양당이 합당하게 되면 안 후보는 제3지대가 아닌 제1지대 정치인이 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미경 당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결국 단일화가 될 거로 본다. 이건 윤 후보의 결단 문제”라고 말했다. 또 윤 후보가 당선된 뒤 ‘여소야대’ 정국을 우려하면서 “안 후보와 연합해서 공동으로 가는 걸 국민께 보여드리며 안심을 시켜드려야 한다”고 했다.

‘단일화 뒤 합당’이 중요한 이유는 선거 비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안 후보가 완주한 뒤 득표율 15% 이상을 얻으면 전액, 10~15%를 얻으면 절반을 국고에서 보전받는다. 하지만 중도 포기를 하면 비용은 전액 보전받을 수 없다. 그래서 야권에서 최근 급부상한 아이디어가 합당이다. 합당을 하게 되면 두 정당은 합당 전 권리·의무를 승계받는다. 쉽게 말해 국민의당이 치른 대선 비용이 채무로 남게 되더라도 대선 뒤 합당을 통해 정당 회계를 통합하면 사실상 국민의힘이 빚을 갚아주는 게 된다. 돈 문제 때문에 완주를 할 수밖에 없는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후보 측 인사가 접촉하고 있는 국민의당 관계자도 당 내 회계 업무에 정통한 인사다. 윤 후보 측 인사는 “상견례를 했을 뿐”이라고 확대 해석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미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제시한 안 후보 측도 후보 간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태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언론에 “여전히 우리는 윤 후보의 답을 기다리고 있으며 거기에서 더 할 이야기가 없다”면서도 “안 후보의 제안을 받는다든지, 거부한다든지, 수정 제안을 들고 온다든지 셋 중의 하나는 해야 할 것이고, 답을 들고 온다면 윤 후보를 안 만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분열이 아닌 통합의 길을 가겠다”는 안 후보의 이날 영결식 발언에 주목하면서, 결국 접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인사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시간이다. 정치권에선 대선 투표용지 인쇄일 전날인 오는 27일을 1차 협상 시한으로 꼽는다. 이와 관련해 야권에선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 문제를 매듭짓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모든 건 양측이 하기 나름이다. 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윤 후보에게 단일화 여부에 관해 물어보니 ‘내게 맡겨달라’고 했다. 맥락상 ‘곧 만나겠다’는 것 아니겠나. 곧 안 후보에게 연락할 거 같더라”고 전했다. 윤 후보는 줄곧 안 후보를 자극하는 말은 자제하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 협상을 두고 “꿈틀거림이 느껴진다”고 표현했다. 이 대표는 ‘후보 간 주말 담판 가능성’에 대해 “정치에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한편,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각계 원로를 비롯한 6389명은 “두 후보 즉시 만나 단일화 논의에 나서라”는 내용의 성명을 이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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