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7일 서울 북부 지역 유세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중도층을 공략했다.
구도심 비중이 높은 서울 노원구에선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이 후보는 “여기 재개발, 재건축해서 더 크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데 허가 안 나와서 힘들지 않냐”며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어서 주민들이 원하는 만큼 행복하게 살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두꺼비도 새집 필요하다는데 사람은 오죽하겠냐”며 “주민들이 바라는 대로 확실하게 할 거니까 이재명을 밀어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문재인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에 따른 부동산 관련 세 부담 증가를 비판했다. 그는 “세금이 갑자기 확 올라서 화가 나지 않냐”며 “세금은 공평하게 내야 하는 거지 재수 없어서 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재산세, 종부세 폭등해서 국민이 고통받으면 조정해주는 게 맞다”며 “과도하게 올라간 부동산세를 차츰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대출 규제 완화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집 사려면 돈 빌려야 하는데 대출 규제 때문에 처음 집 사는 데도 돈을 못 빌리고 있다”며 “최초 주택구매자에겐 LTV(담보인정비율)를 90%까지 풀어주자는 게 제 주장이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 광장에선 자영업자를 상대로 대규모 지원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방역으로 발생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 중 아직 40조~50조원이 보상이 안 됐다”며 “대통령이 되면 추가 추경을 하거나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50조원 이상의 확실한 보상, 지원 대책을 즉각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빚진 부분은 국가가 인수하고 신용 대(大)사면을 통해 정상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임대료, 인건비, 고정비용도 소급해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엔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에서 ▶청년일자리 300만개 창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청년 주택구입 대출 완화 등 정책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나도 29살, 30살 된 아이들이 있는데 취직도 제대로 못 하고 작은 회사 다니다가 그마저도 특혜 아니냐고 해서 휴직했다”며 “기회가 부족해서 청년끼리 싸우는 사회가 되지 않도록 바꾸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네거티브 메시지도 쏟아냈다.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앞 유세 차량에 오른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무속 리스크’를 부각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서니 국정농단 사태 때 촛불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오른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최모씨가 점은 좀 쳤는지 모르겠는데 주술을 하지는 않았던 게 기억난다”며 “이재명은 주술사가 아니라 국민이 가라는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연설 중 마스크를 벗은 것에 대해선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누구처럼 나도 마스크 벗고 싶은데 내 작은 불편을 못 견뎌서 작은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큰 이익이 보장된다면 큰 규칙을 지키기 어렵다”며 “이렇게 마스크로 가리고 사진에 찍히면 못나게 나오긴 해도 나는 계속 쓰고 연설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에 앞서 연단에 오른 서울 지역 민주당 의원들도 총공세를 펼쳤다.
기동민 의원(성북을)은 “주술, 미신, 사이비, 신천지 세력과 결탁한 윤 후보를 심판하자”며 “윤 후보는 검찰총장에 임명될 때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찰 개혁 대의에 따라 복무하겠다 했는데 사기를 치고 지금은 입을 싹 씻었다”고 비판했다.
고용진 의원(노원갑)은 “윤석열은 참으로 무식한 후보”라며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도 모르고 집이 없어서 청약통장을 못 만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의원(노원병)은 “열차에 신발을 벗고 발 올리는 사람은 봤지만 구둣발 올리는 건 못 봤다”며 “수십 년간 검찰 독재 특권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데 그 구둣발이 전두환의 군홧발로 보였다”고 말했다.
일정 중간에 이 후보는 서울 마포구에 있는 ‘재향경우회’를 찾아 퇴직 경찰 등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재향경우회는 퇴직 경찰, 해양경찰 등이 가입 가능한데 회원 수가 150만명 수준이다. 이 후보는 경찰 출신 임호선·황운하 의원, 민갑룡 전 경찰청장 등과 함께 방문해 참석한 경우회 임원 25명과 일일이 주먹 인사를 나눴다. 이 후보는 “탐정 제도가 생기면 퇴직 경찰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해관계 충돌 때문에 도입이 안 되는 거라면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용기를 내서 결단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와의 차별화도 시도했다. 그는 “민주당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이 진행됐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할 필요가 있는데 다시 통합하고 권한을 집중하겠다고 하는 흐름(윤석열 후보의 공약)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