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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10명 폐 이식받아, 멕시코서 에어앰뷸런스 이송 환자도 극적 회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 멕시코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에어앰뷸런스에 실려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된 김충영씨가 박승일 교수(왼쪽에서 둘째)에게 폐 이식 수술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2020년 멕시코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에어앰뷸런스에 실려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된 김충영씨가 박승일 교수(왼쪽에서 둘째)에게 폐 이식 수술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코로나19로 폐가 망가진 확진자 10명이 폐 이식을 받아 목숨을 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17일 2008년 이후 폐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2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후유증으로 폐 기능을 상실한 환자 10명이 이식을 받았다. 남녀 각각 5명이며 64세 남성이 최고령자, 43세 여성이 최저 연령이다. 60대가 5명이다.

평소 건강하던 50대 남성 박모씨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와 산소포화도 저하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긴급히 기도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행했지만 위중한 상태가 지속해 인공심폐기(에크모) 치료에 돌입했다. 가까스로 위기 상황은 넘겼으나 양쪽 폐 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 박씨에게 남은 유일한 치료법은 폐 이식뿐이었다. 정부의 대기자 명단에 올렸고, 지난해 10월 뇌사자 폐를 이식받았다. 박씨는 재활 치료를 받고 올해 2월 큰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2020년 9월 코로나에 감염돼 심각한 폐 섬유증(폐가 딱딱해져 기능을 상실한 증세)을 앓던 멕시코의 50대 교민 환자가 기계장치를 달고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폐 이식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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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명 중 남성은 127명, 여성은 73명이다. 60대가 64명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50대(49명), 40대(29명), 30대(20명), 10대(18명), 10세 미만(10명) 순이다. 산소 보조 장치나 기계적 환기 장치(인공호흡기) 없이는 숨쉬기 어려운 말기 폐 부전 환자들이다.

200명 중에는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으로 심각하게 폐가 손상된 13명이 포함돼 있다.

199명은 뇌사자의 폐를 이식받았고, 2017년 11월 폐고혈압을 앓던 20대 여성이 부모에게서 각각 1개의 폐를 이식받았다. 2대 1 생체 폐이식 수술이다. 당시 장기이식법이 폐 이식을 허용하지 않아 엄밀하게 보면 불법이었다. 이후 법률이 개정돼 폐 이식이 가능해졌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동관 교수(오른쪽에서 둘째)가 지난달 13일 200번째 환자 폐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김동관 교수(오른쪽에서 둘째)가 지난달 13일 200번째 환자 폐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200번째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은 폐동맥 고혈압을 동반한 간질성 폐 질환으로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던 김모(54)씨다. 김씨는 어느 날 마른기침이 사라지지 않고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았다가 간질성 폐 질환 진단을 받았다. 또 심각한 폐동맥 고혈압이 찾아왔다.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지면서 숨쉬기가 더욱 힘들어졌고 심장마저 멈출 수 있는 위기에 닥쳤다. 지난달 13일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김동관 교수(흉부외과)에게 이식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현재 큰 합병증 없이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다.

코로나19, 가습기 살균제 외 폐를 망가뜨린 원인은 특발성폐 질환이 가장 많다. 폐가 딱딱해지면서 기능을 상실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그밖에 폐쇄세기관지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 폐 질환, 중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이다.

국내외 폐이식 생존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외 폐이식 생존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폐 이식 후 생존율은 세계 수준보다 높다. 200명의 폐 이식 환자의 이식 후 1년 생존율 80%이다.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들의 성적을 합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의 1년 생존율 85%보다 다소 낮다. 다만 3년 생존율 71%로 국제학회(67%)보다 높다. 5년 생존율(68% 대 61%), 7년 생존율(60% 대 43.9%)도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수술 경험이 축적됐고, 흉부외과·호흡기내과·마취통증의학과·감염내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장기이식센터·수술실·중환자실·병동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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