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폐가 망가진 확진자 10명이 폐 이식을 받아 목숨을 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17일 2008년 이후 폐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2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후유증으로 폐 기능을 상실한 환자 10명이 이식을 받았다. 남녀 각각 5명이며 64세 남성이 최고령자, 43세 여성이 최저 연령이다. 60대가 5명이다.
평소 건강하던 50대 남성 박모씨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와 산소포화도 저하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긴급히 기도삽관을 하고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행했지만 위중한 상태가 지속해 인공심폐기(에크모) 치료에 돌입했다. 가까스로 위기 상황은 넘겼으나 양쪽 폐 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 박씨에게 남은 유일한 치료법은 폐 이식뿐이었다. 정부의 대기자 명단에 올렸고, 지난해 10월 뇌사자 폐를 이식받았다. 박씨는 재활 치료를 받고 올해 2월 큰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2020년 9월 코로나에 감염돼 심각한 폐 섬유증(폐가 딱딱해져 기능을 상실한 증세)을 앓던 멕시코의 50대 교민 환자가 기계장치를 달고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폐 이식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했다.
200명 중 남성은 127명, 여성은 73명이다. 60대가 64명으로 전체의 32%를 차지하고, 50대(49명), 40대(29명), 30대(20명), 10대(18명), 10세 미만(10명) 순이다. 산소 보조 장치나 기계적 환기 장치(인공호흡기) 없이는 숨쉬기 어려운 말기 폐 부전 환자들이다.
200명 중에는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으로 심각하게 폐가 손상된 13명이 포함돼 있다.
199명은 뇌사자의 폐를 이식받았고, 2017년 11월 폐고혈압을 앓던 20대 여성이 부모에게서 각각 1개의 폐를 이식받았다. 2대 1 생체 폐이식 수술이다. 당시 장기이식법이 폐 이식을 허용하지 않아 엄밀하게 보면 불법이었다. 이후 법률이 개정돼 폐 이식이 가능해졌다.
200번째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은 폐동맥 고혈압을 동반한 간질성 폐 질환으로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던 김모(54)씨다. 김씨는 어느 날 마른기침이 사라지지 않고 가슴이 답답해 병원을 찾았다가 간질성 폐 질환 진단을 받았다. 또 심각한 폐동맥 고혈압이 찾아왔다.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높아지면서 숨쉬기가 더욱 힘들어졌고 심장마저 멈출 수 있는 위기에 닥쳤다. 지난달 13일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 김동관 교수(흉부외과)에게 이식 수술을 받았다. 김씨는 현재 큰 합병증 없이 안정적으로 회복 중이다.
코로나19, 가습기 살균제 외 폐를 망가뜨린 원인은 특발성폐 질환이 가장 많다. 폐가 딱딱해지면서 기능을 상실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그밖에 폐쇄세기관지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 폐 질환, 중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이다.
폐 이식 후 생존율은 세계 수준보다 높다. 200명의 폐 이식 환자의 이식 후 1년 생존율 80%이다. 세계 유수 폐이식 센터들의 성적을 합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의 1년 생존율 85%보다 다소 낮다. 다만 3년 생존율 71%로 국제학회(67%)보다 높다. 5년 생존율(68% 대 61%), 7년 생존율(60% 대 43.9%)도 마찬가지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수술 경험이 축적됐고, 흉부외과·호흡기내과·마취통증의학과·감염내과·재활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장기이식센터·수술실·중환자실·병동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