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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 응급실 에어엠뷸런스, 멕시코→서울 환자 이송에 2억

중앙일보

입력

머나먼 타국에서 교통사고, 심근경색 등 위급한 상황을 맞이한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현지 상황이 열악해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본국이나 선진국으로 환자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때 환자를 이송하는 수단이 하늘 위에 응급실이라 불리는 ‘에어 앰뷸런스’다.

멕시코에 사는 교민 김충영(55)씨는 지난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멕시코시티의 ABC 병원에 입원했다. 3일 만에 폐렴이 악화한 김씨는 패혈성 쇼크 진단을 받았고 현지 의료진은 김씨 가족에게 치료가 어려우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건넸다. 김씨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폐 이식’이었지만 현지 의료진은 수술 경험도 기술도 부족했다.

하지만 김씨의 아들 정재준(34)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서울아산병원에 어머니 상태를 알리는 메일을 보냈고 우리나라 의료진은 김씨의 상태를 파악한 후 수술을 준비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송이었다. 김씨의 가족은 에어 앰뷸런스 업체를 통해 김씨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에어 앰뷸런스는 교통사고, 심장마비, 심근경색 등 위급한 상황이나 고위험 임신, 뇌졸중, 복합장기부전 유발할 수 있는 패혈증 등 해외에서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태 발생 시 본국 후송 또는 근처 선진 병원으로 옮기는 항공 서비스다. 헬기로 이동하는 경우 ‘닥터 헬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하는 김충영씨의 모습. 제공 서울아산병원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이동하는 김충영씨의 모습. 제공 서울아산병원

김씨의 가족이 이용한 업체는 민간 전문기업으로 24시간 간호사 콜센터 운영과 전문의 상담 인력,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의료진 등으로 구성한 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김씨 가족은 업체와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서울아산병원 등과 협의해 이송 절차를 밟았다.

현지 공항에서 항공기로 이송할 때는 6~8개의 좌석을 제거해 이송용 침대칸을 별도로 설치한다고 한다. 이때 환자 개인 프라이버시를 위해 다른 승객과 격리하는 칸막이도 설치한다. 이동 중에는 응급의료진이 대기하며 응급 상황에 대비한다. 공항에 도착하면 예약된 병원까지 지상 앰뷸런스를 통해 이송한다.

비행기 안에서도 에크모(ECMO,인공심폐기)와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던 김씨를 위해 멕시코 크리스터스무구에르사병원 소속 의료진 2명(에크모 전문의, 체외 순환사)이 동행했다. 멕시코 몬테레이 공항을 출발한 에어 앰뷸런스는 캐나다 밴쿠버공항, 알래스카 앵커리지공항, 러시아 캄차카공항을 거쳐 24시간의 비행 끝에 8월 9일 오전 4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비용은 약 2억 원 정도로 전액 김씨의 가족이 부담했다고 한다.

김씨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지난 8일 퇴원했다. 아들 정씨는 “폐이식 진행이 불가능한 멕시코에서 다시는 어머니를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매일 지옥 같았다”며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어머니를 보니 꿈만 같다. 폐이식팀 의료진과 도와주신 분 모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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