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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1위 가전업체, 칩 양산에 사활…뒤늦은 반격 성공할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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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업계 1위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Midea)’. 메이디는 최근 가전제품 분야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칩 등 여러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펼치고 있어 업계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각 기업명은 한국 언론에서 널리 통용되는 명칭으로 기재했으며, 필요시 영문명을 병기했습니다.

[사진 钛媒体]

[사진 钛媒体]

명실상부 1위 가전업체, 칩 제조에 사활

중국 매체 증권시보(証券時報)에 따르면 메이디는 지난 1월 10일 “(메이디가) 2018년 하반기 칩 분야에 진출해 2021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메이디가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 칩 분야는 MCU(Micro Controller Unit)로, 전자장치 시스템을 제어하는 핵심 부품이다. 메이디는 이미 연간 1000만 개의 반도체 칩을 양산했으며, 2022년까지 8000만 개 칩 출하를 목표로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자체 개발한 칩을 회사 전자제품 곳곳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심한 반도체 공급망 병목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도체 자립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사진 维科网·新能源汽车/汽车V线]

[사진 维科网·新能源汽车/汽车V线]

사실 메이디와 같은 가전업체가 칩 제조에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가전제품 기업인 하이센스(Hisense·海信)는 메이디가 칩 양산 계획을 발표한 이튿날, 8K 인공지능(AI) 기반의 화질 칩을 출시했다. 중국에서 2K·4K·8K 화질과 60Hz·120Hz 음성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AI 칩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센스에서 개발한 AI 칩은 이미 하이센스 제품 전반에 걸쳐 적용됐다. 또 하이센스는 ‘2022 국제전자박람회(CES)’에서 자체 개발한 8K 화질 칩을 탑재한 미니 LED TV 시리즈를 선보였다.

[사진 Android community]

[사진 Android community]

이 밖에도 TV 제조로 유명한 TCL(TCL科技),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 거리전기(格力電器·GREE), 콘카(Konka·康佳) 등 중국의 여러 가전업체가 모두 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CL은 지난해 9월, 향후 5년간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기술 개발에 3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리전기는 2018년 주하이링벤제(珠海零邊界)집적회로유한공사를 설립하고 반도체 칩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콘카는 2018년 반도체 진출 선언 이후, 충칭에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고 2020년 임베디드 메모리 컨트롤러 칩 양산에 성공하는 등 관련 산업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굴지의 가전업체들이 ‘반도체 전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과연 메이디가 반도체 업계 ‘블루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랜 시간 ‘칩 제조’ 준비한 메이디

메이디가 반도체 자립을 준비한 지 올해로 벌써 4년째다. 2018년 12월, 메이디혁신투자유한공사는 상하이에 메이런(美仁)반도체유한공사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칩 개발·설계·판매 등에 매진해왔다.

메이디는 반도체 회사 설립 이전부터 여러 반도체 업체와 협력을 진행해왔다. 이는 관련 기술 내재화를 위한 초석 다지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협력 사업은 지금까지도 지속 중이다. 2019년, 메이디는 삼안광전(三安光電)과 GaN(질화칼륨), SiC(실리콘 카바이드) 등 전력 반도체 기술 연구 개발을 골자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2021년 초에는 포산(佛山)시 메이디 에어컨 공업투자유한공사와 함께 메이컨(美墾)반도체기술유한공사(이하 ‘메이컨’)를 설립했다. 메이컨은 IC칩 및 관련 제품 제조·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 기술 기업이다.

[사진 Caixin global]

[사진 Caixin global]

시장 압박 속 자구책 찾은 中 가전업체

메이디의 MCU 칩 대량 생산은 수년간 공들인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 프로세스가 드디어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메이디의 반도체 분야 진출에 대해 ‘뒷북’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설명했듯이 하이센스, TCL, 콘카 등 다수의 중국 가전업체가 이미 자체 기술 확보에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중국 가전 업계는 미국의 기술 제재에 맞서 일찍이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반도체 자급자족 작업에 나섰다. 중국 가전제품 분야 빅데이터 플랫폼인 AVC에 따르면 중국 가전제품 시장(주로 소매판매) 성장률은 2011년부터 이미 10%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중국 가전제품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1.3% 떨어졌다.

이와 함께 화웨이, 샤오미 등 IT 공룡이 가전업계까지 진출하며 전통 가전업체는 차츰 시장 장악력을 잃어갔다.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각 가전업체는 반도체 칩 제조에 돌입한 것이다.

[사진 163.com]

[사진 163.com]

메이디의 칩 양산 ‘야망’…뒤늦은 반격, 성공할까?

후발 주자인 메이디의 칩 양산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올리며 가전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기존 명성을 잘 활용하면 칩 제조부터 완성품 생산까지 모두 아우르는 ‘진정한 실력파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실제 가전제품의 디지털화로 칩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중국 화서증권(華西証券)은 연구 보고서에서 “스마트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각종 가전제품과 IT기기에 스마트 파워 모듈과 PMIC (전력관리반도체), MCU 등 반도체 사용이 늘었다”며 “(이에) DDI·PMIC·MCU 등 범용 반도체 제품의 안정적인 확보가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통신장비 제조사 에릭슨(Ericsson)의 통계에 따르면 AIoT 산업 체인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다. 2021년 세계 AIoT 시장 규모가 3740억 달러(447조 5658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해당 시장에서 반도체의 가치는 374억 달러(44조 7565억 8000만 원)로 추정된다. 메이디가 다소 늦은 시작에도 칩 제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사진 PR Week]

[사진 PR Week]

중국 MCU 시장을 외국기업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점도 메이디가 해당 칩 제조를 공략하는 이유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IHS Markit)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중국 MCU 시장 규모는 268억 8000만 위안(5조 545억 1520만 원)으로 예상된다. 또 2020~2022년 중국 MCU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8.99%로 집계됐다. 그러나 중국 MCU 시장은 오랫동안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NXP, 마이크로칩(Microchip), 르네사스(Renesas) 등 외국기업이 대부분 시장(75%)을 점유해왔다. 이에 메이디는 ‘토종 기업 특혜’를 적극 활용, 잠재력 높은 MCU 시장을 차근차근 장악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메이디는 가전제품용 칩 외에도 자동차용 반도체 칩 제조에도 손을 뻗었다. 메이디에 따르면 자동차용 칩은 신에너지 차량에 응용될 예정이며 2024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이디의 칩 양산은 반도체 자급자족을 실현해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제품 생산 능력을 확보하는 한편, 향후 기술력을 향상해 다른 기업에 공급하는 것까지 고려한 장기적인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간 자본 투입과 함께 인재 확보와 기술력 축적 등 다방면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광난(倪光南) 중국 공정원 원사는 “반도체 칩 산업 사슬이 긴 편이기 때문에 (메이디와 같은) 가전업체가 전체를 커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가전업계의 반도체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이디의 반도체 칩 양산이 제2의 성장 곡선을 그리게 될지, 이에 관한 판단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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