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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조문정치로 단일화 물꼬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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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저녁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버스 사고 사망자 빈소에서 안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2.16/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6일 저녁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유세버스 사고 사망자 빈소에서 안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2.16/뉴스1

1. 대선의 최대변수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입니다.
16일 또 한 걸음 진전됐습니다. 윤석열이 16일 밤 8시 30분 안철수 유세버스 사고 사망자 빈소를 찾아 안철수와 만났습니다.

2. 예상됐던 그대로입니다.
윤석열과 안철수는 25분간 독대했습니다. 단일화 관련 발표는 없었습니다. 윤석열은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후보님과 얘기를 나눴습니다..여러분이 추측하는 그런 것( 단일화)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습니다.’

3. 지금까지 흐름으로 보자면..두 사람의 독대 자체부터 진전입니다.
안철수는 지난 13일 후보등록하던 날 윤석열에게 ‘단일화’를 요구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이긴 사람이 후보가 되자’는 겁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은 ‘아쉽다’는 말로 거부했습니다. 단일화는 좋지만 여론조사는 싫다는 뜻입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야권 단일 후보로 누가 좋냐’는 질문에 안철수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3. 그러자 안철수는 15일 윤석열의 답을 재촉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건 후보께서 말씀하셔야죠.. 대통령 후보가 제안한 것이니, 그쪽에서도 대통령 후보께서..한다, 하지 않겠다..말해야 합니다.’

4. 공교롭게도 안타까운 사고가 15일 오후 터졌습니다.
안철수가 유세를 중단하고 빈소를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의힘은 16일 아침 ‘윤석열 직접 조문’을 공지했습니다.  정치거물들이 별 부담 없이 민감사안을 논의할 수 있는 ‘조문정치의 장’이 열렸습니다.

5. 국민의힘이 꺼낼 협상카드는 16일 아침 이준석 대표 입에서 흘러나왔습니다.
그는 전날 JTBC보도(국민의힘이 안철수에게 2027년 대선후보를 제안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안철수에게) 총리 자리는 정치적 위상에 별 도움이 안될 것입니다..정치 지도자의 위상은 선거에서 본인 세력을 확보하는 방안이 중요하니까요..(단일화도) 결국 정치적 명분을 찾는 과정..그 과정에서 경쟁적 단일화보다 더 나은 명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예우가 있지 않겠느냐는 차원의 메시지로 보면 될 겁니다.’

6. 이준석은 그간 당내에서 대표적인 단일화 반대론자였습니다. 안철수를 조롱하던 그가 달라졌습니다.

안철수가 요구한 ‘여론조사방식’은 반대하며, 윤석열이 언급한 DJP연합(김대중과 김종필의 연정)처럼 총리 자리와 장관 자리를 나눠주는 것도 곤란하다..는 입장은 이전과 같습니다.
달라진 건..대안입니다. 안철수가 차기(2027년) 대선후보로 갈 수 있도록 돕겠으며, 그 방식은 안철수가 국민의힘으로 들어오면 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겁니다.

7. 안철수가 과연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2027년 대선후보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요원한 약속은 정치판에서 무의미합니다. 더 구체적인 제안은 협상가능합니다. 예컨대 당대당 통합 이후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밀어주겠다, 혹은 대선직후 지방선거 공천권의 일부를 나눠주겠다 등등. 협상이 필요합니다.

8. 일단 윤석열이 직접 안철수의 호출에 화답함으로써 단일화 협상의 물꼬는 터졌습니다.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안철수 입장에서 단일화 거부는 쉽지않아 보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한다’던 YS식 배짱이 아닐까요..
〈칼럼니스트〉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