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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건희가 김장환 목사 만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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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팬클럽 '건희 사랑'(희사모)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가 지난 1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튜디오에서 찍힌 최근 사진과 함께 공개 등장도 임박했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강신업 변호사 페이스북 캡쳐) 2022.1.23/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 팬클럽 '건희 사랑'(희사모) 회장인 강신업 변호사가 지난 1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튜디오에서 찍힌 최근 사진과 함께 공개 등장도 임박했다며 응원을 당부했다. (강신업 변호사 페이스북 캡쳐) 2022.1.23/뉴스1

1. 윤석열 부인 김건희씨가 14일 김장환 목사를 만났다고..15일 국민일보가 보도했습니다.
김장환 목사를 만났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지만, 국민일보가 보도했다는 사실, 그 날이 15일이란 사실도 정치적으로 주목할만 합니다.

2014년 청와대 종교지도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김장환 목사. [청와대사진기자단]

2014년 청와대 종교지도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김장환 목사. [청와대사진기자단]

2. 김장환 목사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거물입니다.
그는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보수 개신교를 대표하는 원로입니다. 89세의 노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정한 현역 극동방송 이사장입니다. 극동방송은 대북선교를 위한 기독교방송입니다. 김장환 목사는 1977 이후 지금까지 45년간 이 방송을 운영해왔습니다.

3. 김장환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세가지입니다. ‘미국+기독교+보수’로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6ㆍ25 전쟁 당시 미군부대 하우스보이(House Boyㆍ허드렛일꾼)였습니다. 미군 상사가 미국으로 데려가 공부시켰습니다. 보수기독교학교(밥존스대학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됐습니다. 1959년 선교사로 귀국해 수원중앙침례교회를 세웠습니다.
김장환이 스타로 부상한 계기는 1973년‘세기의 부흥사’ 빌리 그레이엄의 여의도광장 부흥회입니다. 그레이엄은 미국을 대표하는 보수기독교 복음주의자입니다. 당시 여의도광장을 가득메운 백만 인파를 향해 그레이엄의 설교를 통역한 사람이 김장환입니다. 설교보다 통역이 더 좋았다고 합니다. 김장환은 이후 ‘빌리 킴’으로 세계적 거물이 됩니다.

1973년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부흥회에서 연설하는 빌리 그레이엄(단상 왼쪽)과 통역 김장환 목사. 엄청난 인파가 모였으며, 김장환은 '설교보다 나은 통역'이란 평을 얻으며 '빌리 킴'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1973년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부흥회에서 연설하는 빌리 그레이엄(단상 왼쪽)과 통역 김장환 목사. 엄청난 인파가 모였으며, 김장환은 '설교보다 나은 통역'이란 평을 얻으며 '빌리 킴'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4. 그레이엄이 미국 보수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하지만..김장환이 한국 보수정치에 끼친 영향은 그보다 클 정도입니다.
김장환은 특유의 달변과 사교성, 그리고 미국이란 배경까지 활용해 한국정치인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했습니다. 박정희부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까지 보수 대통령은 모두 김장환과 가까웠습니다. 김장환은 물론 ‘전도를 위해서’라지만..암튼 정권을 초월하면서 반세기 동안 한국보수를 지켜왔습니다.

5. 김장환은 이번 대선에서도 그의 신념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김장환의 절친 조용기 목사(순복음교회) 빈소가 데뷔 무대였습니다. 김장환과 교계 보수지도자들이 2021년 9월 15일 순복음교회로 문상 온 윤석열과 만났습니다. 김장환은 윤석열의 어깨를 치며 ‘하나님 믿어야 돼’라며 말했고, 윤석열은 11월 21일 사랑의교회 주일예배에 참석했습니다.

6. 김건희가 김장환을 찾아간 건..윤석열의 권유였다고 합니다. 이번이 4번째라고 합니다.
국민일보가 이를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김건희 인터뷰까지 했습니다. 국민일보는 순복음교회 등 보수교단이 만든 신문입니다. 김건희는 ‘정기적으로 만나뵙고 좋은 말씀 듣고 함께 기도한다’고 말했습니다. 마침 15일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7. 김장환과 윤석열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모양새입니다.
김건희는 여권에서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는 ‘무속 논란’을 떨쳐내기위해 목사의 설교를 듣고 같이 기도합니다. 윤석열은 자연스럽게 보수 기독교 표를 챙기게 됩니다. 김장환은 김건희로부터 무속을 쫓아내줌으로써 전도도 하고 정치도 합니다.

8.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건희가 뭘 믿든 자유이지만..김장환이 정치에 개입하는 건 ‘정교분리’에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김장환은 늘 ‘전도’라고 얘기하지만, 현실에선 정치와 구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대목입니다.

9. 김장환이 ‘정치목사’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네트워크를 중시하는 건..북한선교에 몸바쳐온 그의‘반공’이데올로기가 결정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장환에게..이재명과 주변 운동권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일 겁니다. ‘정교분리’를 따질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겠죠. 전쟁과 냉전의 기억은 아직 살아있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한국보수의 뿌리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