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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 수준 일산화탄소 6시간 마셨다" 安유세차 사망사건 전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발전기 30분 돌리니 고농도 일산화탄소 발생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유세버스 안에 있다가 숨진 선거운동원과 운전기사 등 2명은 버스 수화물칸 발전기에서 발생한 치사 수준 농도의 일산화탄소(CO)를 6시간 동안 마신 정황이 드러났다. 또 한국가스안전공사가 16일 경찰 등과 함께 유세버스 수화물칸에서 30분 동안 발전기를 돌렸더니 차량 내부에서 고농도 일산화탄소가 검출됐다.

 과학수사대 경찰관들이 지난 15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유세차량 트렁크에 설치된 발전기를 수사하고 있다. 뉴스1

과학수사대 경찰관들이 지난 15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유세차량 트렁크에 설치된 발전기를 수사하고 있다. 뉴스1

경찰과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에 따르면 운전기사가 쓰러져 있던 운전석 부근 CO 농도가 1500ppm으로 측정됐고, 선거운동원이 있던 뒷자리의 농도는 2250ppm이었다.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작동하기 위한 발전기가 있던 화물칸 농도는 4080ppm에 달했다.

전날 선거운동원 등을 병원으로 이송한 직후 측정했을 당시 버스 내부 CO 농도는 약 250ppm이었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체내로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방해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CO 농도가 1600ppm인 곳에 머물면 2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3200ppm이 넘는 환경에서는 30분 이내에 사망한다.

운전기사 등 정차 20분뒤 호흡곤란 증세 
경찰이 확인한 유세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도 선거운동원과 운전기사는 차량 정차 후 20여분이 지나자 발작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1시간 10여분 만에 의식을 잃었다. 사고 유세버스가 현장에 멈춘 시점은 15일 오전 11시 30분쯤이다. 사망자들은 낮 12시 40분쯤 쓰러진 뒤에도 5시간 가까이가 지나서야 발견됐다.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일산화탄소가 차량 내부에 퍼졌지만, 운전석 옆 창문을 제외한 모든 창문이 특수 소재(필름)로 덮여 있어, 환기가 전혀 되지 않아 일산화탄소 농도가 더욱 짙어졌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5일 선거유세 버스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관련 사망자가 안치된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5일 선거유세 버스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관련 사망자가 안치된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나오고 있다. 뉴스1

국민의당은 전날 "일산화탄소 발생 가능성이 있어 문을 열어놓고 가동해야 한다"는 안전 수칙을 공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발전기가 놓인 화물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차량 내부에 연탄이나 다른 가열 물체가 없었고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는 점을 보면 발전기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가 차량 내부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천안동남경찰서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유세용 버스를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전날 오후 천안 시내 도로에 주차된 이 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버스 운전기사와 선거운동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천안동남경찰서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 유세용 버스를 합동 감식하고 있다. 전날 오후 천안 시내 도로에 주차된 이 버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 버스 운전기사와 선거운동원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앞서 전날 오후 5시 24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도로에 정차해 있던 안 후보 유세버스 안에서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지역 선대위원장 손모(63)씨와 버스 운전기사(50)가 의식을 잃은 채 있는 것을 다른 당원이 발견했다. 이들은 천안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한편 안철수 대선 후보 홍보차량 사고 관련 의식불명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원주 유세버스 운전자는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원주경찰서는 버스에 자가발전 장치를 동력으로 쓰는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이 설치돼있었던 점으로 보아 가동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버스 내부로 유입돼 질식했을 가능성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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