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 후 희생자 첫 특별재심…미군정 판결 포함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5월 20일 오전 제주지법 정문에서 제주4·3도민연대 주최로 제4차 일반재판 4·3피해자 재심청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5월 20일 오전 제주지법 정문에서 제주4·3도민연대 주최로 제4차 일반재판 4·3피해자 재심청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주4·3 당시 폭도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 33명이 제주4·3특별법 전부개정 후 첫 특별재심을 받게 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장찬수)는 1947년 4월부터 1950년 4월 사이 미군정과 일반재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고모씨 등 34명이 청구한 제주4·3사건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등 사건에 관한 특별재심을 지난 14일 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34명 가운데 유일하게 4·3 당시 광주형무소에서 복역하다 1950년 숨진 오모씨의 재심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는 유죄 판결을 받기 전 오씨가 숨져 ‘공소기각’ 결정을 받아 형사소송법상 재심 절차의 전제인 ‘유죄 확정 판결’이 존재하지 않는 사례로 분류돼 제외됐다.

1948년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되기 전 미국법에 따라 처벌돼 법리상 재심 대상에 포함될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미군정 육군재판소 재판 피해자는 재심 대상에 포함됐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문에서 “제주4·3특별법 제5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희생자로 결정되기만 하면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은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입법자가 원판결을 한 기관과 관계없이 그 판결의 내용이 제주4·3사건과 관련된 것이라면 대한민국 법원에 그 재심청구에 관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제주 4·3 특별법 전부개정안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됐다. 이로인해 특별재심을 통한 수형인의 명예회복이 가능해졌다. 법안은 4·3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형(刑)을 받은 2500여명의 수형인에 대한 특별재심 조항을 신설했다.

미군정 육군재판소 재판을 거친 4·3 피해자에 대한 재심은 이번이 첫 사례로 수백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유사 피해자들의 특별재심 청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재판부는 정당한 재심 청구 자격을 갖는 직계존비속이 없는 경우 가장 가까운 유족이 재심 청구 자격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해 4·3 피해자 조카의 재심 청구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조만간 공판기일을 잡고 본격적인 심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재심청구를 도운 4·3도민연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은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는 역사적 소명의 결단”이라고 환영하며 “재판을 통해 청구인들의 무고함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미군정 하 4·3 일반재판에 대한 재심개시 결정은 대한민국의 사법정의를 실현하려는 역사적 결단으로 평가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재심 결정을 환영했다.

제주4·3 관련 재심 청구자는 총 488명으로 군사재판 관 재심청구자 437명 중 350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18명은 공소가 기각됐다.

일반재판 관련 재심청구자 51명 가운데 4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나머지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