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미국, 국적 바꿔 金 딴 '봅슬레이 여제'...원윤종 팀은 첫 날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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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미국으로 국적을 바꿔 금메달을 딴 험프리스. [신화통신=연합뉴스]

'봅슬레이 여제' 카일리 험프리스(37·미국)가 국적을 바꿔 또 한 번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험프리스는 14일 중국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봅슬레이 여자 모노봅(1인승)에서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4차 시기에서 험프리스는 1분 05초 30을 기록, 1~4차 합산 기록 4분 19초 27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그는 성조기를 두르고 방방 뛰며 "유 에스 에이(USA)!"를 외쳤다. 미국은 험프리스의 새 조국이다. 그는 원래 캐나다 출신이다.

험프리스는 캐나다 봅슬레이 국가대표로 2010년 밴쿠버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여자 2인승 2연패를 달성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올림픽 전 종목을 통틀어 서로 다른 나라 소속으로 금메달을 딴 첫 여자 선수가 됐다.

봅슬레이 여자 1인승에서 금메달을 딴 카일리 험프리스(오른쪽)가 미국 대표팀 동료 엘라나 메이어스와 성조기를 펼쳐들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2014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은 스포츠계 성평등을 요구에 맞춰 남자 4인승 종목에 여자 선수 출전을 허용했다. 장애인 처우 개선, 불우 아동 돕기, 성평등 운동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험프리스는, 남자 4인승에 출전하기로 했다. 2014~15시즌 4인승 팀을 꾸려 북아메리카컵, 그리고 최고 무대인 IBSF 월드컵에 나섰다. 때로는 혼성팀, 때로는 여성만으로 이뤄진 팀을 구성해 세 시즌 동안 달렸다.

캐나다 CBC에 따르면 험프리스는 남자 대회에 나서는 과정에서 캐나다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BCS)과 갈등을 겪었다. 험프리스는 평창올림픽을 이후 선수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캐나다 대표팀 지도자들로부터 언어적, 정신적으로 학대받았다며 BCS를 고소했다. 2019년 미국 대표팀으로 옮겼다. 험프리스는 이번 올림픽 우승으로 여자 봅슬레이 역대 올림픽 개인 통산 최다(3개) 금메달 기록도 썼다.

험프리스는 "나이가 들면서 인생은 참 예측하기 어렵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면서 "난관이 다가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 넘어서야 한다. 자신을 위해 투쟁해 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나라(캐나다)를 골랐고, 그 나라(캐나다)는 나를 골랐다. 한 팀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