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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플루토늄 시설서도 열 방출…북한의 대미 핵시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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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하이노넨

하이노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9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핵 실험·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가동하며 핵 시위에 나선 정황이 포착됐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서 핵무기 제조와 관련된 우라늄농축공장과 5메가와트(㎿e) 원자로의 가동 동향이 포착됐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밝혔다.

미국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인 하이노넨 전 총장은 최근 위성사진을 근거로 “영변 우라늄농축공장 여러 곳에서 눈이 녹은 모습이 관측됐다”며 “눈보라가 그친 뒤 지붕 등에서 눈이 녹는 것을 보고 공장 일부가 가동 중이라는 것을 식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변의 플루토늄 생산시설인 5㎿e 원자로의 가동 정황을 언급하면서 “터빈 건물과 열 교환 시설의 지붕과 환기 굴뚝에서 눈이 먼저 녹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열을 방출하는 원자로의 특정 건물 지붕에서 눈이 녹는 것이 주요 지표”라고 말했다. 북한이 당장 핵물질 추출에 나선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영변 핵 단지에서 핵 활동이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달 7차례의 미사일 발사와 모라토리엄 철회를 언급하며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북한이 영변 핵 활동을 통해 모종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게 아니냐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차 당 대회에서 핵기술 고도화와 함께 전술핵무기 개발을 지시한 만큼, 북한이 핵물질 확보와 함께 일종의 핵 시위에 나섰다는 얘기다. 익명을 원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교착 상태에 빠진 핵 협상 틈새 노려 핵 능력 고도화 이루어 놓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노이넨은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할 경우 탄두 당 플루토늄양을 4kg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5㎿e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면 연간 최대 6㎏ 안팎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플루토늄만 놓고 보면 연간 1~1.5개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또 다른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수 백㎏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이 전날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과 대화와 외교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에 (미사일 발사 관련)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예고한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 재개 등 강대강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번 주 북한이 광명성절로 부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0번째 생일(2월 16일)을 기념한 열병식 개최 여부가 주목된다. 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정치 행사 준비 활동이나 동계 훈련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달 하순 제2차 초급당비서대회를 소집한다고 북한 매체들이 14일 보도했다. 초급 당비서는 전국 노동당 기층 조직 간부를 말한다. 이번 대회는 국제 제재와 코로나19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을 기념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소집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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