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진 “바이러스 전파율 높으면 코로나 위증증 비율 감소”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1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청 동탄출장소에 설치된 코로나19 행정안내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으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위중증화 비율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 한국과학기술원(KIAST)과 기초과학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높은 바이러스 전파율은 궁극적으로 코로나19의 위중증화 비율을 낮춘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바이러스 전파율이 변화하면 코로나19 토착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의문을 수리과학적 분석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인체의 면역 반응을 수리 모델에 적용했다는 대목에서 눈길을 끈다. 면역 반응에는 감염을 막아주지만, 유지 기간이 짧은 ‘중화항체 면역’ 반응과 감염됐을 때 중증 위험을 낮춰주고 오래 유지되는 ‘T세포 면역’ 반응이 있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돌파 감염에 걸리더라도, 회복하면 면역 반응이 다시 증가한다는 점을 반영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경우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을 수록 코로나19 중증화 비율이 감소하고 토착화 시간이 줄어든다는 수리모델링 결과가 나왔다. [그래픽 KAIST]

그 결과 백신 접종률이 높을 때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은 경우라면, 코로나19 중증화 비율이 감소하고 토착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전파율이 높은 경우에는 중증 비율뿐 아니라 전체 중증 환자 수도 감소하는 결과가 도출됐다. 두 가지 면역 반응 중 감염을 막는 면역 반응은 짧은 시간 후 사라지더라도 중증을 막는 면역은 인체에 오랜 시간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아지는 경우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백신 접종이 인구의 80% 이상으로 충분히 이뤄지고, 중환자 관리 의료체계가 갖춰지면 방역 정책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이 가정한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아지는 상황은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나 오미크론 변이 전파 등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율이 일으키는 결과를 예측한 것으로 코로나19 토착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설명해준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수리 모델에서 연령이나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위중증률은 고려하지 않았다. 또 바이러스 전파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 수가 급증하면 의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신의철 교수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고,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현 상황을 무조건 두려워할 것만 아니라 과학적 접근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