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배보다 배꼽이 큰 프로야구장 건설”…대전 한밭운동장 철거 논란

중앙일보

입력

대전시 오는 3월 한밭운동장 철거 시작 
대전의 대표 체육시설인 한밭종합운동장(한밭운동장) 철거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가 한밭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사용할 야구장을 새로 짓기로 한 것을 놓고 대전시장 출마 예정자들이 “멀쩡한 한밭운동장을 허는 것은 예산 낭비”라며 반대하고 있다.

한밭종합운동장 전경. 연합뉴스

한밭종합운동장 전경. 연합뉴스

14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중구 부사동에 있는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하 1층·지상 4층, 관람석 2만2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베이스볼 드림파크)을 지을 계획이다. 새 야구장 건립 사업비는 총 1579억원이다. 이 가운데 국비가 200억원, 시비 949억원이다. 나머지는 430억원은 한화그룹이 부담한다.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는 오는 3월 시작될 예정이다. 철거비는 약 42억원이다.

대전시는 대전시 유성구 학하동 일대에 한밭운동장을 대체할 ‘서남부 종합스포츠타운’을 지을 계획이다. 대전시는 새로운 운동장 등을 건설하려면 시 예산을 1200억원 정도 더 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밭운동장은 그대로 놔두고 야구장만 다른 곳에 새로 만드는 게 예산을 아끼고 체육시설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한밭운동장은 대전 역사와 함께한 상징적인 체육시설인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밭운동장은 1964년 완공됐다. 축구장과 육상 트랙, 관중석(1만7000여석) 등을 갖췄다.

"새 운동장 건립에 1200억원 필요"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효 전 대전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성효 전 대전시장은 지난 9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0여년 전 시민 성금을 모아 만든 한밭운동장을 철거하고, 야구장(베이스볼드림파크)을 건설하겠다는 건 행정 절차상 맞지 않는다"며 "철거 계획을 중단하고 사업을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종합운동장 사업은 예산 확보, 행정절차 등을 거치면 최소 10년은 걸린다"며 "한밭운동장 인근 땅을 확보해 야구장만 새로 지으면 될 일인데 한밭운동장까지 철거함에 따라 예산이 2배나 들어가는 '배보다 배꼽이 큰' 현상이 일어난다"고 했다.

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전 서구청장도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다. 그는 "선수 훈련 공간과 시민·동호인을 위한 대체 체육시설을 마련하지 않은 채 철거가 추진되면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며 "대안 없는 한밭운동장 철거는 대전 체육 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시장 출마 예정자들 "한밭운동장 철거 중단하라" 

대전시가 건립을 추진중인 새 야구장(베이스볼 드림파크). 연합뉴스

대전시가 건립을 추진중인 새 야구장(베이스볼 드림파크). 연합뉴스

장 전 청장은 "대안으로 제시된 서남부 종합 스포츠 타운 건립도 정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불투명한 상태가 됐다"며 "자칫 잘못하다가 대전시민의 소중한 훈련·체육활동 공간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출마 후보군에 이름이 오른 박용갑 중구청장(더불어민주당)도 "중구는 야구장 신축 계획이 나온 2019년부터 한밭운동장을 남겨두고, 서편 노후 주택을 활용해 돔구장 건설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야구장 건립 계획을 재검토할 계획도 없고 시간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엘리트 선수들 훈련 공간이 부족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대전대와 충남대 등에 훈련 시설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