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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 뽀글이'로 뜬 회사…"사지 말라" 광고에 되레 대박, 왜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공유 사무실인 헤이그라운드 내 위치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직원 50여 명은 파타고니아 티셔츠와 조끼를 입고 올버즈 신발을 신는다. 파타고니아와 올버즈는 국제 비영리단체인 비랩(B Lab)이 친환경·투명성 등의 가치를 경영에 잘 반영한 사회적 기업에 부여하는 비콥(B-Corp)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파타고니아는 국내에선 일명 ‘이효리 뽀글이(플리스)’로 이름을 알렸고, 올버즈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투자한 회사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사회 혁신 컨설팅·임팩트 투자사인 MYSC 직원들이 2018년 김정태 대표가 파타고니아 본사를 방문해 사온 티셔츠를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MYSC]

사회 혁신 컨설팅·임팩트 투자사인 MYSC 직원들이 2018년 김정태 대표가 파타고니아 본사를 방문해 사온 티셔츠를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MYSC]

MYSC는 사회 혁신 컨설팅업체이자 임팩트 투자사다. 임팩트 투자는 경제·재무적 성과를 넘어 사회적·환경적 성과를 추구하는 투자를 말한다. MYSC는 올해 상반기에 결성될 3개 펀드를 포함, 총 10개 펀드(450억원 규모)를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 김정태 대표는 2018년 파타고니아 본사에 견학을 갔다가 큰 영감을 받았다. 이후 김 대표는 직원들 근무복으로 파타고니아 옷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비즈니스 미팅이 있을 때도 정장 대신 파타고니아 티셔츠를 입고 간다.

김 대표는 “파타고니아는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한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는 명확한 미션을 추구하면서도 건강한 나무에 열매가 열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재무적 성과도 따라온 회사”라며 “임팩트 투자 업계의 파타고니아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 직원이 파타고니아 옷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사지 말라" 했더니 더 열광하는 이유     

친환경 의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대놓고 자신들의 옷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는 회사다. 그런데도 이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뉴욕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란 광고를 게재했다. 자사 인기 제품 중 하나인 R2 재킷을 통해 재킷 하나를 생산하는 데 따른 환경 피해를 부각한 것이다.

이 기업은 또 2019년 미국 월가의 금융권 직원들이 파타고니아 옷을 ‘교복’처럼 단체 주문해서 입는 데 대해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회사와 일하겠다”며 대량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파타고니아가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광고. [사진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가 2011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광고. [사진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는 국내에서 삼성전자와도 협업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 초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 기조연설에서 “파타고니아와 함께 미세 플라스틱 배출 저감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파타고니아는 삼성전자와 기술적 협력을 통해 마이크로 플라스틱 저감 세탁기를 개발 중이다.

빈센트 스탠리 파타고니아 철학 임원은 “우리가 생산하는 플리스 자켓에서 나오는 마이크로 플라스틱 섬유는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세탁기나 하수 정화 시스템에서 잘 걸러지지 않아 바닷새의 뱃속까지 흘러간다”며 “이와 같은 기업 간 기술적 협력은 기후 위기를 막고 지구의 자연환경을 되살리는 데 필요한 훌륭한 사례”라고 말했다.

매년 매출 1% 환경 단체에 기부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 [사진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한다. [사진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파타고니아는 1985년부터 매년 매출의 1%를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 활동하는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이 회사가 2018년까지 환경 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1억400만 달러(약 1245억원)에 달한다. 이 기업은 또 소셜 벤처 투자 펀드인 ‘틴 쉐드 벤처’를 운영한다.

틴 쉐드 벤처의 첫 투자를 받은 ‘부레오’란 업체는 바다에 버려진 그물을 가져오는 어부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그물을 깨끗이 씻어 잘게 조각낸 뒤 강철 틀에 넣어 ‘민나우’라는 이름의 스케이트보드를 만들었다. 사업 첫해인 2014년 이 회사가 수거한 어망은 10t에 불과했지만 2016년엔 100t으로 늘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분석연구소장은 “상품의 품질이 평준화되면서 MZ세대(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층)를 중심으로 기업의 진정성, 친환경성 등 가치의 차별화를 제공하는 기업에 지갑을 여는 경향이 생겨났다”며 “기업 입장에선 사회적 신념을 리딩하는 기업이 되면 충성 고객이 생기면서 브랜드 파워가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치적인 측면에서 차별화 전략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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