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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준현의 최후 만찬 메뉴는 돼지갈비…당신은? [더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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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한재동의 아빠는 밀키트를 좋아해(8)

찹스테이크 
삼십 년 전 나는 대전에서 사는 초등학생이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가족 중 누군가의 생일에 다 같이 외식을 하러 갔다. 당시에는 한국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생기기 전이라, 으레 그런 날은 크림수프가 나오는 경양식집에 가고는 했다. 그런데 그날은 목적지가 달랐다. 아버지는 우리를 빵집 2층에 있는 푸드코트로 데려가셨다. 지금은 전국구 유명 빵집이 된 성심당이었다.

나는 돈가스, 엄마는 오므라이스를 골랐던 것 같은데 아버지는 처음 보는 메뉴를 고르셨다. 바로 찹스테이크 였다. 어린 나이에 처음 보는 요리이기도 하고, 요리사가 화려하게 프라이팬으로 조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추억 때문인지 나에게는 찹스테이크가 축하 파티에 먹어야 하는 특별한 음식 같이 느껴졌다.

찹스테이크는 파티에 어울리면서도 조리법이 간단하다. [사진 WTABLE]

찹스테이크는 파티에 어울리면서도 조리법이 간단하다. [사진 WTABLE]

글을 쓰기 전에 찹스테이크의 배경지식에 대해 알아보려 했지만, 레시피 외에는 놀라울 정도로 정보가 없었다. 그나마 발견한 것은 서양에서의 찹스테이크는 우리의 떡갈비와 비슷한 형태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찹스테이크는 ‘Steak Bites’라는 깍둑썬 고기와 채소볶음이라는 것이다. 요리평론가도 아닌데 그런 것을 아는게 무슨 상관이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찹스테이크를 해주며 아는 체를 좀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아쉬울 뿐이다.

밀키트를 산 것도 곧 발렌타인 데이인데 뭔가 파티분위기를 낼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었다. 미리 말하자면 조리법은 그간의 밀키트 중에 가장 쉬운 편이었다. 밀키트에는 잘려져 있는 소고기 부채살과 각종 채소, 시즈닝을 위한 오일과 허브솔트 그리고 소스가 들어있었다. 채소를 씻는 것 외에는 재료 준비가 없다고 보면 된다.

찹스테이크 밀키트 조리법

① 핏물을 제거한 소고기를 오일과 허브솔트로 시즈닝한다.
② 웍이나 팬을 중불에 1분간 예열한 뒤, 강불로 소고기를 1분간 굽는다.
③ 채소를 넣고 강불에 2분간 볶은 뒤, 소스를 넣고 1분간 더 볶으면 완성

강한 불로 볶기 때문에 고기가 탈것 같았지만, 채소에서 물이 나와서 타지도 않고 소스를 섞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다만 잘려져 있는 부채살 크기가 균일하지 않다. 어느 정도 고기가 익으면 큰 고깃덩이는 가위로 잘라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너무 큰 고깃덩이들은 찹스테이크 소스가 잘 배어 들지 않은 느낌이었다.

밀키트 소스의 빛깔은 시판하는 스테이크 소스와 비슷한데, 맛은 훨씬 새콤했다. 특히 양송이버섯과 궁합이 좋았다. 다음번에는 양송이버섯을 별도로 더 사서 추가해 봐야겠다. 전체적으로 요리가 새콤달콤하므로 만약 와인을 곁들인다면 달콤한 것보다는 드라이한 맛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으니, 파티를 준비한다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밀키트에는 부채살 200g이 들어있다. 찹스테이크 2인분 양이다. [사진 한재동]

밀키트에는 부채살 200g이 들어있다. 찹스테이크 2인분 양이다. [사진 한재동]

인터넷에 검색하다 보면 정말 스테이크 전문가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야르 반응 같은 생소한 단어부터 정밀한 구이법까지 배울 점이 참 많다. 다만 소스를 찍어 먹으면 고기 맛을 모르는 무식한 짓이라는 등의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거슬린다. 물론 파인다이닝에서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조리법이 중요시된다라고도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 요리의 우열을 나눌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회에 초장 찍어 먹는 사람에게 맛을 모른다며 무시하는 꼰대처럼 여겨질 수 있다.

개그맨 김준현 씨는 최후의 만찬 메뉴로 돼지갈비를 먹겠다고 했다. 돼지갈비에 소주 먹다가 미련 없이 가겠다는 그의 말이 웃기면서도 동시에 침이 넘어간다. 사람들이 본인 최후의 만찬을 고를 수 있다면, 아마도 가장 비싸고 맛있다는 파인다이닝 요리 순으로 고르지는 않을 것이다. 본인이 가장 즐겨 먹었거나, 추억이 깃든 음식을 고르지 않을까? 어릴 적 추억덕에 발렌타인 기념 요리로 찹스테이크 밀키트를 고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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