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해외여행 못가는 슬픔 나라별 밀키트로 위로해볼까

중앙일보

입력 2022.02.02 14:00

업데이트 2022.02.03 10:32

[더,오래] 한재동의 아빠는 밀키트를 좋아해(7)

팟타이

동남아시아의 음식을 처음 먹어본 것은 베트남 쌀국수가 숙취에 효과가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술병에 고통받는 몸을 해장하려 프랜차이즈 쌀국수 식당을 찾았다. 과연 술이 단박에 깨버리고 말았다. 다만 그것이 진한 국물도, 수북한 숙주나물 덕분도 아닌 고수의 생경함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고수를 먹어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히 빼달라는 요청도 하지 않았고, 쌀국수 위의 고수를 잔뜩 집어 입에 넣었다. 마치 비누를 한가득 씹은 느낌이었다.

그때의 충격으로 한동안 동남아시아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그 선입견을 깨준 것이 바로 팟타이였다. 몇 년 전인가 CNN에서 세계 음식 베스트 50위를 선정했는데, 팟타이가 무려 5위로 선정되었다. (참고로 김치는 12위, 불고기는 23위) 마침 회사 근처 태국음식점에 식사를 간 김에 팟타이를 시켜보았다. 물론 고수는 빼달라고 했다. 두툼한 쌀국수에 새콤달콤한 소스를 넣고 갖은 채소, 해산물과 함께 볶아서 나왔는데 비주얼이 굉장히 알록달록했다. 동남아시아 전통 문양의 접시에 담겨나오니 매우 화려해 보였다.

팟타이는 굉장히 화려한 색감의 요리다. [사진 unsplash]

팟타이는 굉장히 화려한 색감의 요리다. [사진 unsplash]

이번에 구매한 팟타이 밀키트는 가격이 만 원이 넘어서 식당에서 사서 먹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세부적으로 따지고 보면 2인분 양을 사는 것이니 훨씬 저렴하다고 할 수 있으나, 처음 가격을 보고는 주저한 것은 사실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할인하지 않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무래도 밀키트라는 것은 식당에서의 가격보다는 훨씬 저렴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가 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 요리다 보니 밀키트 안에 비닐 팩 가짓수가 많았다. 2개의 수란과 넉넉한 새우의 양은 만족스러웠다. 날달걀이 아닌 수란을 사용한 이유가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추리해보건대 날달걀을 쓸 경우 파손의 위험이 커서 수란으로 제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만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만약 팟타이의 맛을 위한 레시피의 비결로 수란을 쓰신 거라면 부디 나의 무식함을 용서하기 바란다.

팟타이 밀키트 조리법

① 냄비에 쌀국수면을 넣고 3분간 끓여준 뒤 찬물로 씻어둔다.
② 새우를 찬물로 씻어 키친타올로 물기를 제거한다(내장을 제거하면 더 좋다).
③ 팬을 중불로 1분간 예열한 뒤 오일과 수란을 넣고 1분간 저어가며 스크램블로 만든다.
④ 새우를 넣고 중불로 1분간 볶은 뒤 쌀국수를 넣고 1분간 더 볶는다.
⑤ 소스를 넣고 중불로 1분간 볶은 뒤 숙주나물과 부추를 넣고 1분간 더 볶는다.
⑥ 접시에 담고 땅콩을 골고루 뿌려준다.

팟타이를 완성하고 한입 입에 넣으니 기존에 알던 팟타이와 맛이 너무 달랐다. 가장 근래에 방콕에 다녀온 아내도 맛을 보더니 독특하다고 말했다. 다시 밀키트 포장지를 보니 그냥 팟타이가 아니고 유명 태국 식당의 레시피를 이용한 팟타이 밀키트였다. 아마도 레시피를 개발한 셰프의 의도된 특별함이겠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먹었던 나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유명 식당의 레시피를 재현한 팟타이 밀키트. [사진 한재동]

유명 식당의 레시피를 재현한 팟타이 밀키트. [사진 한재동]

온라인에서 밀키트 리뷰를 찾아보니 연남동에 있는 유명 태국음식점의 레시피를 사용한 팟타이라고 한다. 태국 현지의 맛을 잘 살려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한 맛집이라고 한다. 체인점에서 먹던 팟타이 맛과 달라 뭔가 잘못된 줄 알았더니, 사실 이게 진짜 현지 팟타이의 맛일 줄이야.

글을 쓰며 팟타이의 어원을 찾아보았더니, 팟은 볶음이라는 뜻이고 타이는 태국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태국 볶음’이라니, 정말 태국의 국가대표 요리라고 할 수 있겠다. 새삼 세상 참 좋아졌다고 느낀다. 이제는 줄을 서지 않아도 외국 현지의 맛을 집에서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못간지도 꽤 되었는데, 각 나라의 대표 요리라도 밀키트로 해 먹으며 위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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