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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고마운 밀키트…중국집선 찾기 힘든 중국의 대표 집밥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재동의 아빠는 밀키트를 좋아해(6)

마파두부 
즐겨보는 TV쇼에 스타트업 대표들이 나왔다. 그들의 대화 중에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다. 앞으로 모든 집안일을 아웃소싱하게 될 것이고, 집밥조차 밀키트가 대신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문득 집밥이라고 부르는 음식의 기준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아마도 사람들에게는 각자 자기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내게 집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굉장히 불효막심하게도 어머니가 차려주신 식사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뜨끈한 찌개에 몇 개의 반찬, 그리고 가끔 곁들여지는 고기반찬이 떠오른다. 스스로 차려 먹는 식사는 라면, 햄 등 대부분 레토르트를 벗어날 수 없다. 기껏해야 볶음밥 정도가 ‘요리를 했다’라고 할 수 있으니, 가족들에게 집밥을 차려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집밥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우스갯소리 중 ‘한국의 어머니들은 먹을 수 없는 미지의 음식’이라는 대목이 마냥 우습지만은 않다.

마파두부는 중국의 대표적인 집밥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포토]

마파두부는 중국의 대표적인 집밥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포토]

마파두부는 중국의 대표적인 가정식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의 중화요리에서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에 비해 인기가 없는 메뉴라서 중국집에서도 쉽게 찾기 어렵다. 사 먹어본 적도 드물고, 만들어서 먹어본 적은 없다. 집에 두부가 있다면 두부조림을 할지언정 마파두부를 만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런 이국적인 느낌이 오히려 밀키트로 마파두부를 구매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보면 밀키트는 집밥보다는 글로벌한 밥상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마파두부 밀키트 조리법

1. 연두부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고, 잘려있는 채소를 물에 씻어준다.
2. 팬을 강불에 30초간 예열하고 산초풍미유를 반정도 넣고 준비된 돼지고기와 야채를 넣고 강불로 2분간 볶는다.
3. 마파소스와 물150ml를 넣고 강불에서 90초간 잘 저어주며 볶는다.
4. 연두부와 남은 산초풍미유를 넣어 90초간 볶아주면 완성.

요리명에 두부가 들어가 있지만 사실 마파두부의 씬스틸러는 잘게 썰린 돼지고기와 채소다. 밀키트가 아니었다면 채소 다듬고, 돼지고기 다지는 것에 진을 뺐을 것 같은데, 밀키트는 채소와 돼지고기가 다져져 있고 이것을 넣기만 하면 돼서 편했다. 역시 요리에 들어가는 노동력 대부분은 재료 준비인 걸까.

레시피는 언뜻 보기에는 간단해 보였으나 디테일이 쉽지 않았다. 우선 연두부 자르기부터 어렵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주라는데, 연두부를 플라스틱 용기에서 꺼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연두부 특성상 잘 부스러지기 때문에 결국에 거의 순두부처럼 으깨지다시피 되고 말았다. 산초풍미유를 요리의 맨 처음과 마지막에 반씩 나누어 넣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냥 두 개로 나눠 포장하면 될걸’이라는 불만이 들 무렵, 밀키트의 가장 큰 단점이 쓰레기 배출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이런 불편 정도는 감수하는 게 맞다. 안 그래도 밀키트라는 어마어마한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파두부. [사진 한재동]

마파두부. [사진 한재동]

완성된 마파두부는 단순한 매운맛이 아니라 혀가 얼얼해지는 강한 통증의 매운맛이었다. 어디선가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라고 한 걸 본 것 같은데 딱 그 느낌이었다. 예전 베이징을 여행할 때 먹어봤던 마라롱샤를 먹을 때의 향과 맛이 났다. 당시에는 마라라는 향신료가 생소했고, 혀가 너무 얼얼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마라 향신료 요리를 접할 수 있어선지 생소하진 않지만, 여전히 혀의 통증은 익숙하지 않다.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나서도 마파두부가 반 이상이 남았다. 필연적으로 냉동고에 있던 만두가 떠올랐다. 만두를 에어프라이어로 튀긴 뒤에 그 위에 남은 소스를 부어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마치 탕수육 소스를 군만두에 부어서 먹는 탕수만두처럼 말이다. 결과는 대성공. 중국 요릿집에서 어서 빨리 이 메뉴를 출시하기를 바란다. 짭짤하고 바삭하니 이만한 맥주 안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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