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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전 방법 찾아"…15세 피겨천재 도핑 의혹 뒤엔 그녀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이징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단체전에서 1위를 한 러시아 '피겨 천재' 카밀라 발리예바(15)가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받았다고 A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피겨 단체전 시상식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10일 베이징 피겨 훈련장에 등장한 카밀라 발리예바와 코치진. AP=연합뉴스

10일 베이징 피겨 훈련장에 등장한 카밀라 발리예바와 코치진. AP=연합뉴스

AP에 따르면 발리예바는 지난달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유럽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샘플을 제출했다. 이 샘플에서 금지 약물이 검출됐는지, 치료제 목적으로 해당 약물 사용을 승인받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코메르산트와 RBC 등 러시아 매체는 발리예바의 도핑 샘플에서 검출된 성분이 협심증 치료제인 트리메타지딘일 수 있다고 전했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에 쓰이는 약으로 운동선수의 신체적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인정돼 2014년 1월부터 도핑 금지약물로 지정됐다.

"발리예바는 몰랐을 수도"

소셜미디어(SNS)에서 피겨 전문 콘텐트를 제공하는 미국의 '스케이팅 레슨'은 "미성년자인 발리예바는 금지약물 투여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일부 피겨 팬들은 발리예바를 가르치는 에테리 투트베리제(48) 코치를 이번 사건의 배후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투트베리제 코치는 최근 러시아 피겨 여자 싱글 부흥을 이끌며 유명해졌다. 그의 대표 제자에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알리나 자기토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가 있다.

카밀라 발리예바와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카밀라 발리예바와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투트베리제는 여자 선수들에게도 4회전 점프를 가르치는 등 혹독한 훈련을 하는 코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 10대 후반인 선수들은 이로 인해 부상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프랑스 피겨 안무가 브누아 리쇼의 인터뷰를 인용해 "투트베리제 코치는 17세까지만 가능한 4회전 점프를 가르치는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즉 올림픽 출전 가능한 나이 제한을 넘긴 만 15세부터 약 2~3년간 최고의 기술을 장착시켜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로 인해 투트베리제 코치가 여자 선수들의 신체 변화를 막기 위해 약물을 투입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사춘기 때 키가 급격히 자라고, 가슴이 커지는 등 신체 변화를 겪으면 점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스타 메이커' 코치에 의혹의 시선

가디언도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020년 러시아 피겨 선수 출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선 어린 피겨 선수들이 호르몬 차단제를 사용해 몸이 변하지 않도록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투트베리제 코치는 "혹독한 훈련 일정이 자연스럽게 신체 발달을 억제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투트베리제 코치 선수들을 지원하는 러시아 피겨 국가대표 팀 닥터인 필리프 슈베츠키 박사도 도핑 징계 전력이 있다. 2007년 러시아 조정 대표팀 닥터로 있으면서 선수들에게 경기력 향상 물질을 투여한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슈베츠키 박사는 지난달 유럽선수권대회를 포함해 발리예바가 뛴 대회를 함께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스포츠 매체 챔피온앳은 "발리예바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코치, 팀 닥터 등도 징역 1년형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벌금과 자격 박탈 등의 징계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금지약물 사건의 당사자가 발리예바라고 밝히지 않았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법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만 16세 이하 선수의 경우 도핑 위반 사실이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06년 4월 26일생인 발리예바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 15세다.

발리예바는 이날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 인근 보조 링크에서 투트베리제 코치와 함께 나와 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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