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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된다는데 동네의원은 "안돼요"…셀프치료도 어렵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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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으로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가 5만명(4만9567명)에 육박한 9일 충남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뒤 대기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전국으로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신규 확진자가 5만명(4만9567명)에 육박한 9일 충남의 한 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뒤 대기하고 있다.프리랜서 김성태

"우리는 안 합니다. 호흡기 환자 전담병원으로 연락하거나 1339(질병관리청 콜센터)로 전화해야 합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동네의원 직원은 9일 오후 "10일 코로나 확진자 전화 상담·처방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로나 환자를 전화 상담·처방하려면 보건소에 신청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10일 코로나 일반관리군 셀프치료로 전환 #담당 동네의원 명단 공개시점 불투명 #지정약국 적어 약 복용 늦어질 우려 #

방역 당국이 또 개문발차(開門發車·문을 연 채 차가 출발하는 것) 상황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셀프 치료' 로 10일 전환을 앞두고 일반관리군 환자 관리를 맡을 동네의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면서 준비 부족을 드러낸 데 이어 그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미크론의 확산을 예상해놓고도 여전히 허둥댄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10일부터 일반관리군에 드는 확진자는 평소에 다니던 동네의원에서 전화로 진료받고 약을 처방받으면 된다"는 말을 며칠째 반복하고 있다. 일반관리군은 집중관리군(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와 면역저하자 등)을 제외한 확진자를 말하며 신규 환자의 85%에 이른다.

 새로운 방역 체계의 핵심은 일반관리군 확진자를 동네의원이 비대면으로 전화 진료(처방)하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9일 오후동네의원의 참여 신청을 받았지만 참여하는 데가 많지 않았다. 서울 중구 동네의원 160여곳 중 23곳만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중구의 의원 원장은 "내과·소아과·가정의학과·이비인후과 의원이 아닌 데는 코로나19 확진자 관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의 호언과 달리 평소 다니던 동네의원에서 코로나 관리를 받는 데까지는 시일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9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한 의원은 "10일 전화 통화로 진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정부는 호흡기전담클리닉 414곳과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1932곳을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호흡기 지정 의료기관 중 상당수가 재택치료를 원하지 않는 데가 적지 않아 정부 뜻대로 될지 미지수다. 정부는 이들 중 참여희망기관 명단을 10일 우선 공개할 예정이다.

 설령 1932곳이 다 참여해도 41개 시·군·구에 호흡기 진료 지정기관이 없어 그 지역 확진자는 '셀프 치료'에 애를 먹게 생겼다. 경기도 가평·과천·안성, 강원 속초·양양·평창, 대구 남구, 충남 논산·보령 등이 그런 곳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약이 제대로 배송될 지도 의문이다. 방역 당국은 500여곳의 약국을 일반관리군 확진자 약 조제 담당기관으로 지정했다. 서울 마포구 한 의원 원장은 "전화로 진료하고 처방전을 발행해서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안내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의원 원장은 "지정약국에서 조제할 경우 내가 처방한 약이 없을 가능성이 큰 데다 약이 당장 급한 사람이 너무 늦게 먹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마포의 그 원장은 "경증환자라고 해도 갑자기 악화할 수 있고 대처가 늦어지면 책임이 따를 수도 있어 면책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균 중앙사고수습본부 재택치료반장은 9일 브리핑에서 "대한약사회와 협의해서 보건소 부담 완화라든가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약 배송 자체가 약국의 책임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약사회 측은 "보건소가 배송 책임자이고, 우리는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열흘 여 사이에 용어와 기관별 역할의 혼란도 이어진다. 호흡기전담클리닉,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비대면 진료기관, 재택치료기관 등 의료기관 간의 역할 구분이 오락가락한다. 재택치료, 호흡기 진료, 비대면 진료, 전화 처방·조제 등의 용어가 뒤섞이면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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