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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헌기의 인정불가

중국에서 구하는 실리는 미·일과는 다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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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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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중국에 대한 저자세를 비판하는 임명묵 작가의 글에 대한 하헌기 민주당 청년대변인의 답글입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 식전 행사에 조선족의 부채춤이 등장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 식전 행사에 조선족의 부채춤이 등장했다.

청년세대의 반중 정서는 강력한 폭발력을 갖고 있다. 임명묵 작가 진단대로 최근 첨예한 젠더 갈등조차 중국 문제 앞에서는 허물어질 정도다. 정치권이 이런 청년층의 반중 정서를 이해하려 하는 대신, 덮어두고 ‘혐오’라고 깎아내리다간 오히려 중국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혐오를 불러올 수 있단 진단이 통렬하게 다가왔다. 민주당과 그 지지층이 지금처럼 ‘실리’를 내세워 중국에 꼭 할 말조차 아끼다가는 ‘미국·일본은 왜 실리적으로 접근하지 않는가'라는 맥락에서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듣게 된다는 점, 또 정부는 할 말을 못 하더라도 국회나 시민사회까지 정부와 단일한 대오로 접근할 필요 없다는 지적까지 전부 타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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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아한 부분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바 있듯이 청년세대는 반중 정서만 지닌 게 아니다. 한국과 폭넓은 경제협력 관계에 있다는 문제를 도외시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나는 청년세대가 결코 굴종 외교를 원하지는 않지만, 분명 실리외교는 원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저 내로남불 문제도 더 따져봐야 한다. 미국·일본이 주는 실리와 중국이 주는 실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령 자유무역 신봉자 미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한국에 중국이나 일본이 하는 수준의 황당한 무역분쟁을 일으키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다. 일본은 한국에 물건을 파는 입장이지만(대일무역수지 적자) 중국은 한국이 물건을 파는 입장(대중무역수지 흑자)이란 맥락의 차이도 있다.

나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세간의 ‘중국몽’이란 오해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비판해왔다. 그런데 민주당뿐 아니라 중국문제에 관한한 국민의힘도 문제라고 본다. 최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건강보험 재정을 외국인이 악화시킨다"고 말한 것이나, 이준석 대표가 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인 태양광 사업을 두고 "그저 중국업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문제 있는 선동 아닌가. 청년세대가 보통 문제 삼는 미세먼지나 문화공정, 중국의 글로벌 패권주의와 관계있는 것도 아니고 팩트도 틀렸다. 그러니 중국 문제에 대한 해법과도 관계 없다. 그저 예민한 대선 시기에 정파적 이익을 위해 반중정서에 대충 올라타는 행위일 뿐이다.

임명묵 작가가 청년층의 반중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현 집권세대, 86세대에만 한정한 것도 사실관계가 다르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식에도 부채춤이 등장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반중시위대에 대한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을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그때도 청년의 반중 분노를 기성세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셈이다.

물론 "그때 그랬으니 지금도 괜찮다"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민주당은 젠더 갈등에서도 청년 남성의 불만을 그저 ‘성차별주의’로만 오독한 선례가 있다. 민주당이 청년세대의 반중 정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인종주의적 혐오’라고 읽어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 더 나은 공론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반중 정서를 엉터리로 이용해서 정파적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도 동등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게 정치 언론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