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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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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입장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 한·중은 이사 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다.”
중국의 공공외교를 진두지휘하는 린쑹톈(林松添·62) 중국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은 한·중의 지리적 관계를 강조했다. 올해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여론 악화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달 28일 베이징 협회 본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다.
린 회장은 쑨원(孫文)과 저우언라이(周恩來)의 부인인 쑹칭링(宋慶齡), 덩잉차오(鄧穎超)가 명예회장을 맡았던 이 협회의 10대 회장이다. 리셴녠(李先念) 전 국가주석의 딸 리샤오린(李小林)이 전임 회장이었다. 린 회장은 시진핑 주석이 정치적 기반을 닦은 푸젠 출신의 장관급 외교통이다.
린 회장은 한국 내 반중(反中) 감정의 원인으로 코로나와 미국 요인을 들었다. 2시간여 동안 린 회장은 직·간접적으로 미국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미·중은 서로 좋아할 수도, 싸울 수도, 헤어질 수도 없다는 ‘삼불론’도 펼쳤다. 중국 보다는 미국 쪽에서 원인을 찾는 그의 입장은 한·중 관계를 미국과 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중국 내부의 시각을 보여준다. 한국의 한 중국 전문가는 “한·중 관계를 국제 질서의 종속 변수로 보는 현재 중국 당국자의 보편적 입장”이라고 평가했다.

공공외교 총괄 린쑹톈 우호협회장 #“한국 반중 여론 코로나·미국 탓 커” #미국에게서 원인 찾는 中 시각 반영 #"미중 관계, 우호·전쟁·결별 못 해”

지난달 28일 베이징 천안문 인근의 중국 인민대외우호협회 본관 접견실에서 린쑹톈 인민대외우호협회장이 중앙일보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달 28일 베이징 천안문 인근의 중국 인민대외우호협회 본관 접견실에서 린쑹톈 인민대외우호협회장이 중앙일보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몇 년간 한국 젊은 세대의 대중국 호감도가 악화됐다. 한·중 공동의 노력이 시급하다.
“한·중 공동의 우려라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우선 상호 이해와 우호의 기초가 약하다. 코로나19가 정상적인 교류까지 막은 탓이 크다. 둘째 미국이 패권적 지위와 기득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지정학적 정치와 이념 충돌을 선동하고 있다. 뉴미디어 영향을 받는 한국 젊은이의 오해가 생겼다.”
중국이 생각하는 해법은?
“여론 악화는 일시적 현상이다. 대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동양이 뜨고 서양은 저무는(東昇西降·동승서강) 추세는 의지로 바꿀 수 없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다. 둘째, 기회를 잡고 한·중이 함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수교 30주년을 기회로 205쌍의 양국 우호 도시와 기업·싱크탱크·언론매체, 무엇보다 청소년 교류를 준비하고 있다.”
곧 한국 대선이다. 민감한 문제지만 한국 차기 정부에 중국이 바라는 점은?
“한국 대선은 누구도 이래라저래라 말할 권리가 없다. 중국은 한국 국민의 정확한 선택을 존중한다. 새로운 정부는 협력과 발전의 동반자로 중국을 우선 할 것이며, 믿음직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2018년 이후 북·중 관계가 좋아졌다. 중국이 남북, 북미 관계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용의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남북과 동북아, 세계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 공동의 책임이기도 하다. 아시아는 우리 고향이다. 평화·조화·화목·공영을 지켜 모두가 좋은 나날을 지내도록 가꿔야 한다.”
올해에도 미·중 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나?

미·중 관계를 묻자 린 회장은 늑대와 양치기 우화부터 꺼냈다. 미국을 신뢰할 수 없다며 “그의 말을 듣고도 행실을 다시 살펴본다(聽其言觀其行)”는 공자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미·중 모두 서로를 버릴 수는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을 바라보는 중국 지도층의 인식으로 들렸다.

“미국의 잘못된 인식과 전략적 오판 탓이 크다. 미국이 국가 부강, 민족 부흥, 국민 부유라는 중국의 꿈을 실현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미·중 관계는 좋아질 수 없다. 미·중은 전략핵을 보유했다. 후과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미·중은 싸울 수 없다.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시도하지만 이미 ‘네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내가 있는’ 이익 공동체 상태다. 미국이 금융·첨단기술·인재에서 앞서지만,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버릴 수 없다. 이 때문에 미·중은 아직 헤어질 수 없다. 결국 미·중은 서로를 인정하고 평등하게 잘 지낼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화상 정상회담 이야기가 있었다.
“한·중 양국 정상은 코로나 이후 여러 차례 전화와 서신 등을 통해 전략적 소통을 유지했다. 정상 외교는 양국 관계에 항로와 방향을 정하고, 청사진을 그리는 중요한 작용을 한다. 중국은 정의용 외교장관이 부임 후 첫 방문지로 중국을 찾은 점을 중시한다.”
베이징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이 주목할 부분은?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의 동계 스포츠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3억 4600만명이 빙설 스포츠를 즐기게 됐다. 거대한 소비 시장과 산업 공간이 생겼다. 겨울 스포츠가 한국과 중국에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줄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인 2023년은 한국에 사실상 미국의 해”라며 “수교 30주년인 올해가 한·중 관계를 복원할 마지막 기회임을 중국이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월 11일 베이징 중앙당교에서 시작된 2022년 성·부(장관)급 주요간부 토론회에 참석한 린쑹톈(사진 원 안) 중국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이 시진핑 주석의 연설을 듣고 있다. [CC-TV 캡처]

지난 1월 11일 베이징 중앙당교에서 시작된 2022년 성·부(장관)급 주요간부 토론회에 참석한 린쑹톈(사진 원 안) 중국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이 시진핑 주석의 연설을 듣고 있다. [CC-TV 캡처]

☞린쑹톈 회장=1954년 설립된 중국 최대 민간 우호 협회인 인민대외우호협회의 10대 회장이다. 지난 2020년 4월 취임했다. 외교부 아프리카 국장, 라이베리아·말라위·남아프리카 대사를 역임했다. 지난 1월 초 시진핑 주석이 참석해 올해 중국의 시정 방침을 공유한 중앙 당교 성·부(장관)급 주요간부 토론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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