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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신경진의 차이나는 차이나

기회보다 위기…중국 “제2의 러시아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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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타이베이 근교 린커우의 난스푸 실사격 훈련장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타이베이 근교 린커우의 난스푸 실사격 훈련장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인민해방군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인민해방군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은 서방의 강력한 대응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맹렬한 저항에 놀라 불안에 빠졌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분석이다. 지난 8일 하원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 상황을 보는 베이징의 위기감을 꼬집었다.

중, 우크라 전쟁 유불리 계산 분주 #제재·군사·정치 등 위협 요인 많아 #후시진 “러시아와 차별화 나서야” #“양안 위기 한반도 영향 北에 달려”

침공 17일차였던 지난 12일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SNS에 “중국의 대미국·대서방 정책이 ‘러시아화’ 되어선 안 된다”고 썼다. 중국은 제2의 러시아가 아니라는 취지로 “친구(러시아)를 지키고, (미국·서방과의) 적대감을 풀고, 자기 일을 잘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대만 수복을 노리는 중국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반면교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참전하지 않은 점만 중국에 기회 요인일 뿐 위기 요인 일색이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대만이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가능성은 적다며 네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째, 중국은 1989년 천안문 유혈 진압 이후 국제 제재의 위력을 체험했다. 2000년 이후 에너지 수출로 급부상한 러시아와 달리 개혁개방으로 성장한 중국은 제재에 취약하다. 둘째, 군사력 측면에서 전쟁 경험, 신무기 개발 능력 모두 러시아에 못 미친다. 셋째, 정치적 요인이다. 중국 내부의 시선을 대만 통일로 돌려야 할 만큼 최고 지도자의 정적(政敵)이 없고 정치적 모멘텀이 약하다. 1958년 진먼다오(金門島) 포격전은 마오쩌둥의 정치적 위기 시점과 겹친다. 넷째, 섣부른 무력 사용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포위망에 정당성을 줄 수 있다.

대만해협 전쟁은 이미 시작?

 내부 계산과 달리 중국의 레토릭은 험악해지는 추세다. 지난 5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올해 정부업무보고를 낭독하며 “확고하고 민첩하게 군사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군사투쟁’은 러시아의 ‘특별 군사 행동’과 일맥상통한 표현이다. 해방군이 대만에서 취할 군사행동이라고 홍콩 명보가 지난 9일 지적했다. ‘군사투쟁’은 지난해 11월 중국공산당(중공)의 세 번째 역사결의에 처음 등장했다. “‘대만독립’ 분열 행위를 두려워 떨게 하라”며 총구의 방향을 명확히 했다.

리 총리는 또 “신시대 당의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총체적 방략을 관철해야 한다”며 “양안 동포는 민족 부흥의 영광스런 위업을 마음을 합쳐 이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총체적 방략’ 역시 세 번째 역사결의에 나온 용어다. 대만 통일을 위한 마스터 플랜이 곧 나온다는 예고인 셈이다.

지난 2020년 11월 대만 타이중(臺中) 지역에서 진행된 군사훈련 기간 M60 탱크 대열이 시가지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0년 11월 대만 타이중(臺中) 지역에서 진행된 군사훈련 기간 M60 탱크 대열이 시가지를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12일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방탄 헬멧과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타이베이 외곽 린커우(林口) 실탄 사격장을 시찰했다. 새로 도입한 예비군 14일 동원 훈련 실태를 점검했다. “우크라이나 상황은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서 국제 연대·지원 외에도 전 국민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재차 증명했다”고 했다.

차이 총통의 발언은 『역사의 종말』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우크라이나 국민과 달리 대만인의 저항 의지가 우려된다는 발언이 배경이다. 후쿠야마 교수는 지난달 27일 한 포럼에 대만의 징병제 폐지를 우려하며 “대만은 미국이 구해줄 거라 기대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심리전을 경고했다. 지난달 25일 “대만해협이라는 천연요새와 지정학과 전략적 위상을 가진 대만은 우크라이나와 다르다”며 “중국의 인지작전(Cognitive warfare) 방어를 강화해 외부 세력과 내부 협력자가 우크라이나 비상사태를 이용해 공황 조성을 위해 가짜정보를 조작해 대만 사회의 민심과 사기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의 인지작전 수행 모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의 인지작전 수행 모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 통일전선·인지작전 강화할 듯

 우크라이나 지도자와 국민이 보여준 격렬한 저항과 러시아의 전격전 실패를 목격한 중국은 군사행동보다는 통일전선과 선전강화에 주력할 공산이 크다. 대만은 지난해 국방백서에서 “중공은 회색지대 위협으로 전쟁 없이 대만 탈환을 도모할 것”을 경고했다. 회색지대 전술의 하나로 내부 혼란을 조성해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한 인지작전을 네 가지 형태로 구분했다. 〈표 참조〉

중국의 관영 매체를 활용한 해외 선전모델, 댓글 부대를 동원한 핑크모델, 특정 콘텐트나 기사를 농장에서 작물을 기르듯 퍼뜨리는 농장모델, 현지 협력자를 포섭해 이용하는 협력모델 네 가지다. 선보양(沈伯洋) 타이베이대 교수는 지난 2020년 대만 총통 선거 당시 인터넷과 SNS를 분석해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통일전선도 업그레이드했다. 전가림 교수는 “전통적으로 중국은 변방의 소수민족 지역에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장악하는 방식에 능하다”며 인구를 활용한 통전술을 지적했다. 홍콩의 중국화에는 1997년 반환 당시 649만 명이던 인구가 중국인 이주로 760만 명 넘게 급증하면서 홍콩의 정체성이 바뀌었고 대만에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대만해협 위기가 한반도에 끼칠 영향은 어떨까.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전 해군대령)은 “대만해협에서 만약 군사 충돌이 벌어질 경우 한반도로 불똥이 튈 가능성은 북한에 달렸다”며 “북한은 6·25 당시 미 7함대 학습효과로 1958년 진먼다오 포격전과 1996년 대만 미사일 위기 당시 도발을 자제한 선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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