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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 사회 막으려면 ‘디지털 사다리’ 재설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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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을 표현하는 다지털 이미지. [셔터스톡]

온라인 쇼핑을 표현하는 다지털 이미지. [셔터스톡]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재택근무자는 114만 명으로 2019년(9만5000명)보다 11배 늘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순식간에 익숙해진 경제·사회 변화상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직종에 따라 격차가 벌어진다. 한국은행에 상용직 근로자의 재택근무 비중은 7.1%인 반면 임시직은 1.7% 일용직 0.1%에 그치고 있어서다.

정치‧사회‧행정·정책 등 7개 학회장 # 디지털 메가트렌드 지상 좌담회 #“국민 지향은 디지털 공동번영 사회 # 협업 지휘할 정부 컨트롤타워로서 # 부총리제 도입 적극 검토해야”

코로나19가 디지털 사회 ‘촉매’  

코로나19는 한편으론 양극화, 프라이버시 침해 같은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미래 궤도 역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미래상을 가늠해 보고, 그 접근과 혜택을 골고루 나누고 보완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10일 중앙일보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시민사회가 추진해야 할 과제를 논의했다. 한국정치학회·한국사회학회·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한국통신학회·한국정보과학회·정보통신정책학회가 참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 진행한 ‘디지털 대전환 4대 메가트렌드’(본지 1월 6일자 경제 1면) 분석에 이은 후속 기획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되 그 혜택을 공유하는 ‘디지털 공동번영 사회’를 제시했다. 변화의 속도는 느리면서 소수가 성과를 독점하는 ‘기득권 유지 사회’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그래픽1 참조〉

그래픽1. 디지털 전환 시나리오. 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1. 디지털 전환 시나리오. 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민 62% “디지털 공동번영 추구해야”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국갤럽이 만 20~69세 시민 26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42%는 “현재 한국은 기득권 유지 사회”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디지털 공동번영 사회라는 응답은 17.6%에 그쳤다.〈그래픽2 참조〉

그러면서도 62.3%는 “디지털 공동번영 사회가 돼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기업이 이 같은 지향에 맞춰 정책과 미션을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이번 과제에 참여한 2021년 주요 학회장의 진단과 제언이다.

그래픽2. 시민이 생각하는 한국 디지털 전환의 미래상.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2. 시민이 생각하는 한국 디지털 전환의 미래상. 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장원호 한국사회학회장(서울시립대 교수)=디지털 대전환에 적응하는 사람은 새로운 기회를 얻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여기서 사회적 갈등이 유발할 수 있고, 최대한의 기회와 최소한의 갈등을 담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 제도 수립 같은 것이다. 전반적인 디지털 활용 능력의 상향 평준화를 위한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홍형득 한국정책학회장(강원대 교수)=사회적 난제 해결에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지가 중요한 정책 쟁점이 될 것이다.  누가 어떤 맥락으로 어떤 자원을 동원하고, 어떤 패턴의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통해, 의도된 결과물을 창출해 낼 수 있을지 ‘협력적 거버넌스’의 설계가 중요하다. 디지털 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

나연묵 한국정보과학회장(단국대 교수)=구글‧유튜브‧넷플릭스‧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서비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 경쟁력에서 글로벌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현실 세계를 가상화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연계·시각화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과 통신,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조성이 중요하다. 디지털 신기술 연구개발 확대와 인재 양성,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신뢰 확보 정책이 필수다.

권남훈 정보통신정책학회장(건국대 교수)=디지털 전환과 플랫폼화 추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이다. 메타버스처럼 가상공간을 통한 경제 활동이 보다 중심이 되는 단계로 진전되고 있어서다. 이는 산업과 경제 활동의 조직 방식에 있어 큰 변화를 의미한다. 경쟁의 규범 역시 신속하게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낡은 규제’로 민간이 주도하는 디지털 전환 및 경제 진화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김영한 한국통신학회장(숭실대 교수)=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든 산업에서 초협력이 일어나고, 신시장이 창출되고 있다. 앞으론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경쟁력’이 기술패권 시대를 좌우할 것이다. 혁신적이고 튼튼한 네트워크가 뒷받침할 때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 가령 아마존은 클라우드에서 기회를 잡아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설립하고 단기간에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지난해 1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대전 소프트웨이브 2021’에서 관람객이 직접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대전 소프트웨이브 2021’에서 관람객이 직접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다. [뉴스1]

‘디지털 공동번영 사회’를 위한 전문가 제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디지털 공동번영 사회’를 위한 전문가 제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박순애 한국행정학회장(서울대 교수)=하드웨어적으로는 작고 슬림한 조직, 디지털 전환 유관 부처의 협업을 지휘할 컨트롤타워로서 부총리제 신설 등을 제안한다. 소프트웨어 변화로는 유연근무제 도입, 데이터 활용을 통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필요하다. 기존 위계적 문화에서 벗어나 부처별 경계의 벽을 허무는 리좀(Rhyzome‧탈중심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남국 한국정치학회장(고려대 교수)=디지털 전환에 따른 정보통신의 발달은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의 창안보다는 대의민주주의 보완에 의미가 있다. 계층‧지역에 따른 차별 없이 누구나 정보의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평등하게 접근하는 ‘디지털 시민권’ 강화가 필요하다. 다원화된 시민의 이해를 반영하는 정당의 출현이 필요하고, 의회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민 참여를 시도해야 한다.

이호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일자리 부족과 민주주의 훼손, 양극화는 우리가 지금까지 거듭해온 사회적 선택의 결과일 뿐 디지털 전환의 귀결이 아니다. 이번에 설문에 응한 국민 다수는 기술 발전의 혜택이 공유되는 디지털 공동번영 사회를 꿈꾸고 있다. 차기 정부는 국민이 꿈꾸는 미래에 도달할 수 있는 사다리를 재건하고,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성장의 기회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 시스템과 노동‧교육‧복지 제도를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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