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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A 거대한 파도…디지털 시대 빨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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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스타벅스 산타광장’에선 지금까지 100만 명 이상이 가상 커피를 마셨다. 걸그룹 블랙핑크가 팬 사인회를 열었고, 현대자동차는 쏘나타의 고성능 라인업(N라인)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가상과 현실세계가 결합하는 메타버스(metaverse)가 완전히 일상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디지털 전환이 유발한 4대 메가트렌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디지털 전환이 유발한 4대 메가트렌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렇게 현실 안으로 들어온 새 서비스의 배경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있다. 새해를 맞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앙일보가 디지털 전환이 몰고 올 혁신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전문가가 뽑은 4대 디지털 메가 트렌드가 삶을 어떻게 바꿀지 지난해 11월 20세~69세 2626명에게 물었다.

① 가상화=메타버스의 일상화는 가상융합기술(XR), 초고속 이동통신망 등 인프라가 속속 개발되면서 몰입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설문 응답자들은 가상화가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며(83.5%·이하 복수응답), 생산성이 높아진다(78.8%)고 기대했다. 김원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메타엔터테인먼트·메타커머스·메타소셜네트워크 등 가상세계로 ‘이주’하는 분위기가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응답자 상당수는 가상공간에서의 독점(81%)이나 기존 제도와 충돌(67.3%)을 우려하고 있었다. 실제 메타버스 기업 로블록스는 가상공간에서 음원을 무단 재생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2억 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가상화가 유발하는 사회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상화가 유발하는 사회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② 개인화=서울 강서구에 사는 박모(47)씨는 5일 인스타그램을 서핑하다 깜짝 놀랐다. 자신이 팔로우한 인스타 친구 소식들 사이로, 며칠간 애타게 찾고 있던 소파 광고가 등장해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쇼핑 알고리즘은 이렇게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골라 보여주는 방식으로 개인화·맞춤화하고 있다.

응답자 85.6%가 개인정보가 ‘전면 거래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개인화 마케팅은 교육·고용·보험·금융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응답자들은 개인화 서비스의 문제점에 둔감(83.5%)해지고 여론 양극화가 심화(86.5%)하는 현상을 걱정했다. 실제 아마존의 음성 기반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는 평소에 개인의 사적 대화를 저장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③ 플랫폼화=응답자 중 89.3%는 금융·의료·교육·훈련 등 대부분의 서비스가 플랫폼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조5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패션 쇼핑몰 무신사는 젊은 세대를 위한 패션이란 특정 아이템을 플랫폼화해 성공한 대표적인 경우다. 옷을 입는 방법이나 스타일링 등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진입 장벽이 높은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하는 애플·구글 같은 플랫폼은 지배력 남용이 발생할 경우 불공정 소지가 상대적으로 크다”며 “지속적인 감시와 경쟁 유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④ 자동화=영국 온라인 수퍼마켓 오카도의 물류창고에선 1000대 이상의 로봇이 식료품을 분류한다. 고객이 오카도에 주문을 넣으면 로봇이 창고에서 평균 50개의 제품을 골라내고, 포장하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응답자들은 자동화가 발전하면 위험노동(88.7%), 교육노동(70.4%), 의료노동(68.3%)까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도훈 경희대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는 “기존 일자리가 줄고 노동 형태가 급변할 것”이라며 “기업이 직원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이 비용에 대해 정부가 세금을 감면해주는 ‘캐나다 모델’을 검토해야 하는 시기”라고 제안했다.

이호영 KISDI 연구위원은 “디지털 전환의 부정적 측면을 강조하기보단 성과와 효율을 공유하는 ‘디지털 공동 번영’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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