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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단 키트 있나요?"…확진자 3만 6000명 돌파에 수요 급증

중앙일보

입력

"자가진단키트 찾는 사람이요? 어림잡아도 지난주보다 5배 이상 늘었어요."

5일 오후 2시 서울시 서대문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최모(32)씨의 약국 매대 가장 앞쪽에는 자가진단키트가 놓여 있었다. 이날 최씨가 아침에 약국 문을 연 후 6시간 동안 팔린 자가진단키트는 20개(40회분)가 넘는다. 지난주에는 하루에 4~5개 판매에 그쳤다고 한다.

'구매 대란' 날까…미리미리 사 두는 소비자들

4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판매되고 있다. 뉴스1

4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선별진료소 검사 시스템 변화로 자가진단 키트의 수요가 늘고 있다. 정부는 3일부터 만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 우선 검사 대상자만 PCR 검사를 진행하고 나머지 검사자는 신속항원검사를 우선 받도록 했다. 호흡기 클리닉에서도 진찰비 5000원을 내고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

선별진료소에 가더라도 무조건 PCR 검사를 받는 게 아니다 보니 자가진단 키트를 구매해서 직접 집에서 검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대학생 양모(25)씨는 공급 대란에 대비해 지난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약국에서 자가진단 키트를 조금씩 사서 집에 구비해 뒀다. 양씨는 "간편하기도 하지만 혹시 선별진료소에서 기다리는 시간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무섭다"며 "만약을 위해 동아리 활동 전에 한 번씩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약국에서 가족을 위해 자가진단키트 세 세트를 사 간 40대 남성은 "컨디션이 안 좋아질 때 코로나일 확률도 있으니 미리미리 챙겨두려 한다"고 했다.

학교나 직장에서 등교·출근을 위해 음성 결과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약사 최모(60)씨는 "지난달 30일에는 학생들이 '음성인 애들만 학교 오라고 했다'며 잔뜩 사서 갔다. 같은 날 한 남성은 음성일 때만 출근이 가능하다며 한 세트를 사 갔다"고 말했다.

일부 약국은 수급 곤란으로 '품절' 내붙여

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약국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약국에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스1

약사 신모(32)씨는 약국 출입문 앞에다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품절'이라고 써 붙여두었다. 신씨는 "늘 이용하는 온라인 몰에서도 키트가 품절이고 공급사 측에서도 연락이 없다"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품절'이라고 걸어놨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신씨의 약국에는 자가진단키트를 찾는 전화가 10~15통 왔다. 품절 안내를 붙이기 전에는 키트 구매를 문의하려는 사람이 몰리면서 약국 앞에 긴 줄이 생겼다고 한다. 약사 B씨도 "주문해도 키트가 오지를 않으니 손님들을 오자마자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언제 입고될지 몰라"…부지런히 키트 '쟁여놓는' 약국들

"열심히 구해야 돼요 열심히. 하루에 30개가 오는데 그거론 부족해."

약사 송모(70)씨의 얘기다. 그는 "약국들 사이에도 규모에 따라 키트 수급에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며 "평소에 구매상의 담당자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관리를 해야지 요즘같이 물건을 구하기 어려울 때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약사 정모(63)씨는 "수급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대중없다. 공급사가 적절하게 분배를 하기 때문에 100개를 주문해도 50개밖에 못 받을 수 있다"며 "미리미리 받아놔야 뒤탈이 없다"고 했다.

약국별 '빈익빈 부익부'와 가격 교란에 1000만명분 공급 계획

4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판매되고 있다. 뉴스1

4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약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판매되고 있다. 뉴스1

약국별로 수급이 불균형하다 보니 2020년 초 발생했던 '마스크 대란'처럼 '자가진단키트 대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1회분에 9000원 수준이던 키트 가격이 4만원까지도 치솟기도 했다.

대한약사회는 4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에 약국으로의 자가 검사키트 공급 확대를 요청한다"는 뜻을 전했다. 식약처는 수급 불균형과 가격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 오는 6일부터 일주일간 자가 검사키트 1000만명분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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