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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중대재해법 1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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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위문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1호는 어디서나 주목받는다. 그러나 피하고 싶은 1호도 있다. 지금 산업계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기업’이 그렇다. 단순히 불명예뿐만 아니라 일벌백계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법 시행 사흘 만인 지난달 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인부 세 명이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법 대상은 상시근로자 수 50명 이상인 사업장이다. 국내 1위 골재업체인 삼표산업은 상시근로자 수가 930여 명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아울러 이미 사망자가 나와 법 적용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삼표산업을 처벌할 수 있을지 조사에 착수했다.

중대재해법이 기업에 위력적인 이유는 현장책임자가 아니라 원청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의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사 압수수색은 물론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소환조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회사 대표가 이리저리 불려 다니면 경영상 손실이 불가피하다.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고용부와 경찰이 주도권 싸움을 벌였던 배경 중 하나로 윗선에 대한 강제수사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상 노동관계 법령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전속수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줄어든 만큼 경찰의 보완적 수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고용부 전담수사로 정리됐지만 ‘중대재해법 적용 1호 사고’에 대한 처분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첫 적용 사례인 데다 이번 사고를 막기 위해 인력과 예산 투입, 점검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하나씩 따져봐야 한다. 고용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중대재해법 위반 1호 기업으로 검찰에 넘겼다가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 나면 역풍이 불 수 있다. “본보기로 때려야 한다”는 의견과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는 야유가 교차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1호 위반 기업이 아니다. 수일 또는 수개월 내에 2호, 3호 사고가 연이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828명이 숨졌다. 하루 평균 두 명꼴이다. ‘뭣이 중헌디’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이 문제라면 판례를 축적해 보완하면 된다. 그러나 안전에 관해선 아무리 당부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