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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떨어져요, 지금 가야 할 설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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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2월 4일은 입춘이다. 봄에 들어섰다지만, 겨울이 끝난 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겨울을 느끼고 싶다면 눈꽃 산행이 좋겠다. 외출이 꺼려지는 시국이지만, 탁 트인 산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비대면 여행지라 할 수 있다. 청량한 공기를 들이켜며 뽀득뽀득 눈길을 걷기 좋은 겨울 산행 코스 3개를 소개한다.

사색하며 걷기 - 오대산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은 천년고찰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길이다. 사진은 소나무로 만든 섶다리. [중앙포토]

오대산 선재길은 천년고찰 월정사와 상원사를 잇는 길이다. 사진은 소나무로 만든 섶다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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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은 꼭대기(1563m)를 오르지 않아도 좋다. 산기슭 월정사부터 중턱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선재길’이 있어서다. 편도 거리는 10㎞이지만, 표고 차가 250m로 완만하다. 길도 순하고 펼쳐지는 풍광도 느슨하다. 구도자가 수행하며 걷던 길답게 고요하다. 방문객이 많은 전나무 숲만 지나면 인적이 뜸하다.

월정사 경내를 둘러본 뒤 오대천을 따라 걷다 보면 회사거리가 나온다. 일제 때 목재공장이 있던 자리다. 월정사에서 3㎞쯤 걸으면 섶다리가 나타난다. 굵은 소나무로 기둥과 상판을 만들고 잔가지를 얹은 옛날식 다리다. 인증사진 명소다. 느긋하게 걷다 보면 어느새 상원사다. 부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신라 성덕왕 때 만든 동종(국보 제36호)이 상원사에 있다. 한때 한강 발원지로 알려졌던 우통수도 절에서 멀지 않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도 되고 버스를 타도 된다. 약 1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상원사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버스 시간은 오후 6시 25분이다.

국립 못지않은 군립공원 - 강천산

단풍이 유명한 전북 순창 강천산은 눈이 내리면 가을 못지 않은 절경을 뽐낸다. [중앙포토]

단풍이 유명한 전북 순창 강천산은 눈이 내리면 가을 못지 않은 절경을 뽐낸다. [중앙포토]

전북 순창 강천산(584m)은 단풍이 유명하다. 탐방객의 70%가 가을에 집중된다. 그러나 한산한 겨울 강천산도 매력적이다. 물론 적설량이 넉넉할 때 이야기다. 강천산은 국내 1호 군립공원이다. 규모가 작을 뿐 수려한 경치는 여느 국립공원에 뒤지지 않는다.

강천산은 부담 없이 걷기 좋다. 주 탐방로인 병풍폭포~구장군폭포 구간은 편도 2.7㎞로 평평해서 산책하듯 걸으면 된다. 살얼음 낀 계곡물 소리 들으며, 웅장한 절벽과 꽁꽁 언 폭포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산책로 말고 등산로는 다양하다. 북쪽 강천산, 서쪽 산성산, 남쪽 광덕산이 ㄷ자 모양으로 이어져 있다. 광덕산 신선봉(425m)을 다녀오는 1코스가 풍광이 좋다. 현수교를 건너 광덕산으로 넘어가면 된다.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는데 경사가 꽤 가파르다. 신선봉 팔각정에 서면 정확히 ㄷ자 모양의 산세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파도치는 새하얀 능선 - 소백산

연화봉 대피소에서 내려다본 눈 덮인 소백산. [중앙포토]

연화봉 대피소에서 내려다본 눈 덮인 소백산. [중앙포토]

‘산머리에 흰 눈을 이고 있는 듯하다’는 이름처럼 소백산의 진풍경은 겨울에 만날 수 있다. 소백산 능선은 북동에서 남서 방면으로 길게 펼쳐져 있다. 겨울 북서풍이 그대로 들이쳐 상고대가 유독 잘 생긴다.

겨울에는 ‘천동계곡 코스’나 ‘죽령 코스’가 좋다. 죽령 코스는 편도 7㎞다. 완만한 시멘트 길이 이어져 편하지만 조금 따분하다. 산행의 기분을 느끼기엔 천동계곡 코스가 낫다. 국립공원 측에서 난이도를 ‘하’로 분류했는데 겨울에는 ‘중상급’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해발 1000m 천동삼거리를 지나면 시야가 탁 트인다. 소백산 정상 비로봉(1439m)이 눈앞에 보이지만 저벅저벅 진군하기가 쉽지 않다. 회초리 같은 칼바람이 몰아친다. 스키용 고글을 끼는 사람도 있는데 결코 ‘오버 액션’이 아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후려친다. 그러나 새하얀 설원과 겹겹 능선이 파도치는 장관을 보면 고생이 잊힌다. 가슴이 뻥 뚫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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