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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재단 선긋기? ‘게이츠’ 이름 안 버린 멀린다 “기부는 계속”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7월 1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성평등 컨퍼런스에 참석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공동의장.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1일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성평등 컨퍼런스에 참석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공동의장. AP=연합뉴스

 “자선사업은 이념보다는 융통성을 우선할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피보털벤처스(멀린다가 2015년 설립한 여성의 사회진출 지원 투자기업)에서 일하면서 새로운 파트너와 아이디어, 관점을 계속 찾겠습니다.”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58) 공동의장이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이혼 후 새로운 기부 서약을 했다. “지난 20년간 남들은 섣불리 못했던 시도나 투자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킨 자선사업의 고유한 역할을 목격했고, 문제 해결에서도 문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면서다.

기빙플레지 공동 서약에서 개별로 

2019년 2월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 당시 부부. AP=연합뉴스

2019년 2월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 당시 부부. AP=연합뉴스

지난 2010년 게이츠 부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자발적 기부운동인 ‘기빙 플레지’를 시작하면서 자산의 대부분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빙 플레지는 자산의 절반(5억 달러·약 6000억원)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이들의 모임으로, 한국인 회원으로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있다. 부부로서 공동서약을 했던 이들은 지난해 11월 개인 자격으로 각각 새로운 서약을 발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렌치는 새 서약서에서 “한 사람에게 자산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이 정도 자산을 가진 사람의 책임은 오로지 가능한 한 신중하고 영향력 있게 자산을 나누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선사업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선사업 자체가 쓸모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며 “필요하지 않은 돈을 포기하는 게 특별히 고귀한 행위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평등의 장벽이 가장 높은 이들에게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 많이 안 할 것”

WSJ은 특히 프렌치가 기부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게이츠 재단을 명시하지 않은 데 주목했다. WSJ은 재단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프렌치가 이제는 재산의 대부분을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지 않고 다양한 단체에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빌이 이번 서약에서 “나의 최우선 순위는 기후변화와 알츠하이머병 해결”이라며 “기부의 대부분은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한 관계자는 WSJ에 “프렌치가 다른 단체와 비슷하게 게이츠 재단에도 (소액) 기부할 수 있다”고 했다.

1994년 1월 9일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온 빌 게이츠(왼쪽)와 멀린다 프렌치가 시애틀의 연회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94년 1월 9일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온 빌 게이츠(왼쪽)와 멀린다 프렌치가 시애틀의 연회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게이츠 재단은 500억 달러 기금을 보유한 세계 최대 민간 자선단체로, 빌과 프렌치가 지난 2010년 공동 설립했다. 주로 교육·보건·성평등을 위한 사회 사업에 주력하면서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재단은 이혼을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지난해 7월 성명을 내고 양측이 재단에 150억 달러를 추가로 출연하기로 하고, 이후 둘 중 한 명이라도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프렌치가 2023년 공동의장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렌치는 듀크대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87년 MS에 프로그래머로 입사했다. 빌과 1994년 결혼해 자녀 셋을 뒀지만 27년 만인 지난해 5월 결별했다. 다만 프렌치는 이혼 과정에서 이름 변경을 신청하지 않아 혼전 이름 ‘멀린다 프렌치’와 전 남편의 성인 게이츠를 합친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이름을 쓴다. 57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넘겨받은 그는 추정 자산 63억 달러로 지난해 포브스 미국 부자 15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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