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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남편과 이혼한 두 여성, 성평등 위한 기부 뭉쳤다

중앙일보

입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와 이혼한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57).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이혼한 매켄지 스콧(51). 두 사람이 세계적인 억만장자 전 부인이라는 타이틀을 벗고, 여성 성평등을 위해 뭉쳤다.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매켄지 스콧 #각각 수십조원 재산 '통큰 자선 기부'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프렌치 게이츠 인스타그램]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프렌치 게이츠 인스타그램]

29일(현지시간) CNN 등 현지 언론은 프렌치 게이츠와 스콧이 파트너십을 맺고 성평등 실현과 소수자 지원 등에 힘쓰는 4개 프로젝트에 4000만 달러 (약 460억 원)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기부금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업체 ‘피보털 벤처스’가 주최한 성평등 아이디어 경진대회 우승자에게 수여됐다. ‘피보털 벤처스’는 지난 2015년 프렌치 게이츠가 설립한 투자·인큐베이팅 업체다.

프렌치 게이츠와 스콧은 지난해 6월 ‘평등은 기다릴 수 없다’는 구호 아래 손을 맞잡고 이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참가자 550여 명이 지난 1년 간 여성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아이디어를 겨뤘고, 그 중 4개 팀이 최종 우승자로 뽑혔다. 프렌치 게이츠와 스콧의 기부금은 4개 팀에 각 10000만 달러씩 수여돼 여성 교육과 성평등 지원에 사용된다.

프렌치 게이츠는 대회 결과 소식을 알리며 “이번 대회에 대한 열기는 여성과 소녀들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방안에 대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면서 “우리는 역사의 패턴을 깨고 성평등을 촉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남편 후광 아닌 ‘힘 있는 여성’ 위해 손 잡은 두 사람

프렌치 게이츠와 스콧의 의기투합은 세계 최고 여성 부자의 기부 문화를 바꿀 롤 모델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혼으로 넉넉해진 금고를 모두 자선활동에 털어넣으며 기존 자산가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이혼과 함께 ‘조’ 단위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스콧은 2019년 이혼 직후 “금고가 텅 빌 때까지 나누고 베풀겠다”라고 공언하더니 1년 사이 85억 달러(9조5000억 원)을 기부금으로 내놨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이혼 후 소설가 겸 자선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매켄지 스콧. [AP=연합뉴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이혼 후 소설가 겸 자선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매켄지 스콧. [AP=연합뉴스]

그 배경엔 세계 최고 부자 베이조스와의 이혼이 있었다. 이혼 당시 약 356억 달러(약 41조원) 상당의 아마존 주식 4%를 받으며 단숨에  세계 여성 부호 4위로 올라섰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현재 그의 순자산은 약 641억 달러(약 73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새롭게 연을 맺은 남편까지도 기부에 동참시켰다. 지난 3월 시애틀의 한 사립학교 교사인 댄 주엣과 재혼 소식을 전하더니 석 달 뒤 27억4000만 달러(약 3조600억원) 기부 명단에 주엣의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 기부금 마련에도 주엣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스콧은 과거 자산가들의 기부 문화를 흔들고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부금을 빠르게 집행해 적재적소에 지원하고, 기부 받은 단체들로부터 사용 지출 내역 등을 요구하지 않아 유연성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비영리단체의 또 다른 기부를 유도하는 선순환 효과를 부른다고 포브스는 분석했다.

지난 5월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이혼한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여성의 사회 진출, 빈곤 퇴치를 위한 자선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빌 게이츠 MS 창업자와 이혼한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는 여성의 사회 진출, 빈곤 퇴치를 위한 자선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AP=연합뉴스]

지난 5월 이혼한 프렌치 게이츠도 스콧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약 1510억 달러(약 173조원·빌 게이츠 순자산 추정) 규모의 재산 분할 조정 중인 그 역시 세계 최고 여성 부자에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이혼 전부터 남편과 함께한 자선 활동을 해온 프렌치 게이츠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양성에 주력해 전 남편과 차별화된 길을 개척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0억 달러(약 1조원)를 투자한 피보털 벤처스에 애착을 갖는 이유다. 일각에선 그가 2년 뒤 ‘빌앤멀린다 게이츠 재단’ 운영에서 사실상 축출된 뒤 이 회사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프렌치 게이츠는 이혼 과정에서 ‘이름 변경’을 요청하지 않았다. 혼전 이름인 ‘멀린다 앤 프렌치’와 전 남편의 성인 ‘게이츠’를 합쳐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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