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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방'의 몰락…3곳 중 1곳 사라졌다, 소주방 쇼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여 거리 두기 방역 조치가 이어지면서 자영업계엔 강제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쇠퇴가 두드러지는 건 한국 특유의 ‘방’과 ‘밤’ 문화다.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9시30분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일원의 술집과 식당, 노래방에 불이 꺼진 모습이다. 뉴스1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9시30분 광주 서구 상무지구 일원의 술집과 식당, 노래방에 불이 꺼진 모습이다. 뉴스1

“워라밸에 잽 맞고, 코로나에 K.O”

3일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월 노래방은 2만7779개로, 2019년 11월(3만421개)보다 2642개(9.5%) 줄었다. 비교 시점인 2019년 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전이다. 이 기간 PC방은 10.5%, 독서실은 4.2% 감소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 특유의 ‘방’ 문화가 자리 잡았던 공간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10년째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57)씨는 “폐업 신고를 안 했을 뿐 사실상 문은 계속 못 열고 있고, 동네(합정동) 노래방 중 15%가 코로나19 이후 폐업했다”며 “2‧3차로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보니 청탁금지법, 워라밸 기조가 매출에 ‘잽’을 날렸고, 코로나19가 오면서 ‘K.O’ 된 꼴”이라고 말했다.

없어지는 방, 더 빨리 사라지는 밤

PC방‧노래방은 모두 특정 공간에서 단체로 즐기는 목적으로 찾는다. 독서실은 폐쇄 공간에서 일행 외 인물을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PC방과 유사점이 있다. 주로 도심에 위치해 연인이나 친구 간 모임이 이뤄지기도 한 모텔은 2년 전보다 7.5% 줄었다. 독서실은 개방형 공간에 커피숍 형태로 운영하는 스터디 카페로 대체되고 있다.

사라지는 한국의 ‘방’과 ‘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라지는 한국의 ‘방’과 ‘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밤’ 문화의 상징인 술을 파는 간이주점과 호프는 더 많이 폐업했다. 간이주점은 2년간 3695개(33.8%)가 줄어 100개 업종 중 가장 감소 폭이 컸다. 간이주점은 소주방 같은 선술집을 뜻한다. 같은 기간 25% 사라진 호프 전문점이 그다음이다. 국세청이 따로 통계를 집계하지는 않지만 유흥주점의 감소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완전히 개인적인 공간에서 식사하는 걸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예컨대 개별 룸 형태가 보편적인 일식전문점은 이 기간 1만8165개에서 2만170개로 늘었다. 증가율 11%로, 같은 기간 한식전문점(4.5%), 분식점(2.4%)과 2배 이상 차이 난다.

방아쇠가 된 코로나

이런 변화를 단순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밤과 방이라는 한국식 문화가 이전부터 쇠퇴했고, 코로나가 이를 앞당겼다는 해석이다. 코로나19 전에도 일과 생활의 균형이라는 뜻의 ‘워라밸’ 열풍이 불었고, 퇴근 후 회식이나 모임은 줄어왔다. 코로나19가 비대면 업무를 부추겼듯 밤‧방 문화 변화를 더 빠르게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 소비층인 이른바 MZ세대의 집단이나 회사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문화가 자영업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며 “여기에 정부의 방역 조치가 더해지면서 관련 업종의 쇠퇴를 급속히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2018년에도 줄었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PC방‧노래방‧독서실 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서서히 줄어왔다. PC방은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사이에 3.1% 줄었고, 노래방(3.2%)·독서실(2.9%)·모텔(2.1%)도 감소했다. 최근 2년과 비교하면 줄어드는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추세 자체는 같다. 해외여행이 막힌 영향도 있지만, 가족 단위 여행 수요 증가로 펜션은 1만1089개(2018년)→1만3545개(2019년)→1만9940개(2021년)로 늘었다. 모텔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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