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영어 위성 방송을 시작하는 알자지라 인터내셔널이 내건 기치다. 카타르의 도하에 본부를 둔 알자지라는 CNN과 BBC와의 경쟁을 선언한 상태. 다음달 6일 프랑스의 국제뉴스 채널인 '프랑스 24'의 방송이 시작되면 국제 뉴스 전쟁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자국의 시각을 반영한 보도를 하겠다는 국제 뉴스 전쟁은 이미 진행형이다. 중남미에서는 '남미의 CNN'을 표방하며 지난해 방송을 시작한 '텔레수르'가 국제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러시아도 2005년 12월 영어 국제뉴스 방송인 '러시아 투데이'를 개국했다.
◆ 본격화되는 국제 뉴스 방송 전쟁=1일 개국 10주년을 맞은 알자지라 방송은 15일 영어 뉴스 채널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카타르 도하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영국 런던과 미국 워싱턴의 4개 지역 본부에서 24시간 영어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와다 칸파르 대표는 "새 (영어 뉴스) 채널은 편파적이지 않으며 균형잡힌 뉴스와 보도를 영어권에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알자지라는 BBC의 대표 진행자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경 등 서방 방송국의 유명 기자와 앵커를 영입하는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국제 뉴스 채널인 '프랑스 24'도 다음달 6일 선을 보인다. 알랭 드 푸질락 '프랑스 24' 사장은 최근 '르 피가로'와의 회견에서 "다음달 6일 인터넷을 통해 방송을 시작하고 36시간 뒤에 케이블 TV와 위성 TV로 뉴스를 내보낸다"고 밝혔다.
프랑스가 CNN.BBC와 경쟁하기 위해 만든 '프랑스 24'는 연간 6500만 유로의 예산을 가지고 2개 채널을 운영한다. 하나는 프랑스어로, 또 하나는 주로 영어로 방송이 진행된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영어.프랑스어.아랍어 뉴스를 올린다. 서비스 지역은 유럽과 중동.아프리카 등지로 2억5000만 명의 잠재적인 시청자를 확보할 것으로 '프랑스 24'는 내다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주와 아프리카로 방송 영역을 넓히면서 전 세계 인구의 25~30%인 여론 주도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을 계획이다.
중동에서 벌어지는 국제 뉴스 전쟁도 치열하다. 독일 해외 위성방송인 '도이체 벨레(DW)'는 최근 아랍어 방송을 3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렸다. BBC와 '러시아 투데이'도 아랍어 방송을 보강하고 있다.
◆ "카메라가 문화 충돌의 최전방에 서 있다"=이 같은 국제 뉴스 경쟁에 대해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은 "지난 10여 년간 세계의 방송 뉴스는 CNN과 BBC로 대표되는 '앵글로-아메리칸 제국'이 지배했으나 이제 프랑스와 중동에서 이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슈피겔은 "국제적인 미디어 경쟁에 대해 '군비경쟁''전투''이미지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제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카메라가 총과 함께 문화 간 충돌의 최전방에 서 있다"고 밝혔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이런 점을 강조해 왔다. 그는 2002년부터 뉴스 전문 국제 TV 채널 창설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 이미지 전쟁에서 자체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알자지라의 국제 뉴스 방송에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언론인 휴 마일스는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실은 글에서 "알자지라가 24시간 영어 뉴스를 내보내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서방 언론의 위상을 넘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알자지라가 개발도상국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현지 특파원을 많이 활용할 경우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현옥 기자
◆ 알자지라=위성방송으로 1996년 11월에 개국해 중동지역 전역에 아랍어로 24시간 뉴스를 방송하는 민영 뉴스 전문채널. 현재 중동은 물론 워싱턴.런던 등 세계 30여 개 도시에 지국을 두고 취재망을 운영하면서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6500만 명 정도의 시청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1월에 아랍어 인터넷 뉴스사이트(aljazeera.net)를, 2003년 9월엔 영문판 사이트를 개설했다.
